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산다.'
젊어서 온갖 애로와 난관을 이겨내면서 사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튼튼히 준비하는 것은 장래 발전을 위한 귀중한 밑천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풍조는 당국의 청년중시사상, 희생정신 고취에 청년들의 자발적인 패기가 결합돼 학습열풍, 군 자진입대, 사회주의 진지 진출, 영예군인과의 결혼, 어렵고 힘든 초소 집단탄원과 같은 북한식 미풍들도 창조해 냈습니다. 물론 100% 다 공감하고 따른 것은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세태가 변해 이런 말이 유행한다면서요. '젊어서 꾀병은 늙어서 보약이다.' 즉, 다른 말로는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병 만난다는 뜻입니다. 대책이 없다는 소리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중요시하지 않는 이와 유사한 표현들도 있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 또는 '무재간이 상팔자.'
그러면 북한사회는 왜 갑자기 젊어서 고생하는 것을 회피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을까요?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고 아마도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사회적 흐름, 풍조 때문으로 보여 집니다. 최근 이영길 북한군 총참모장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또 처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죠.
이와 관련해 외부는 다른 일반 관료들도 아니고 신임을 가장 크게 받는 군 최고수뇌부까지 잇따라 잔인하게 숙청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어떻게 북한에서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 지휘관들의 심리상태는 어떤지 대단히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통일부가 의뢰해 작성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의 용역보고서가 나왔는데요, 결론적으로 북한군 지휘관들은 김정은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생존을 위한 철저한 눈치 보기와 맹종으로 연맹해 간다고 합니다.
근본 이유는 고모부 장성택,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 등 북한의 공포정치가 극한에 달하면서 장성들이 창의성이나 적극성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김정은이 지시해주고, 업무 방향을 지시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집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군요.
결과 '군부가 지도에 순응한다는 점에서 군부 장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상하 의사소통 체계 마비, 신뢰의 부재 문제'를 야기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상이몽, 양봉음위한다는 거죠.
어제가 정월대보름이었죠. 북한매체는 이날 '수도 평양과 지방의 거리와 마을들, 공원, 유원지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학생소년들과 민족옷차림의 귀여운 어린이들이 연 띄우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줄넘기 등 여러 가지 민속놀이로 흥성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이 아침에 호두 등 딱딱한 견과류를 깨먹는 부럼깨기를 하거나 윷놀이 풍습도 즐긴다고 했고요.
전통풍습중 하나인 달맞이와 관련해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죠. 두 연인이 산보를 하다가 얘깃거리가 떨어지자 여인이 '저기 좀 봐요. 달이 참 밝죠.'라고 했죠. 무뚝뚝한 남자는 대화를 잘 받아주지 못하고 '그 달은 내년에 또 뜰 텐데 뭐.'라고 했다죠.
그러나 요즘 같아선 아마도 내년에는 그 달이 다시 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고생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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