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잡이는 제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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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국제사회가 연일 떠들썩 합니다.

암살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이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주장은 김정은이 소위 '후지산 혈통'이라는 자신의 약점 때문에 정권유지에 불안감을 느껴 정통 '백두혈통'인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이자 일본 오사카 출신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난 곁가지 신분입니다. 비록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흉내를 내며 권력세습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김일성을 만난 적도, 김일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은적도 없습니다.

이에 반해 김정남은 성혜림에게서 태어난 김정일의 장남으로 김일성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랐으며, 아버지 김정일의 신임도 한 때 두터웠습니다.

결국 김정은은 곁가지가 본가지를 제치고 권력을 승계했다는 자신의 치명적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적통성을 이어받은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패륜의 극치를 보여 주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극비사항이겠지요.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김일성,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던 형도 서슴없이 살해하는 잔혹한 패륜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위대한 수령, 인민 친화적 영도자'라는 거짓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질테니까요.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번에는 자기 형까지 백주대낮에 독극물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김정은이 주민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긴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편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한층 거세지고 있으며, 경제적 고립에 따른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남을 암살하기 위해 UN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해 생산과 보유, 사용을 금지한 VX라는 독극물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핵과 함께 북한의 생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정가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중북관계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이미 수 년전부터 중국 마카오에 거주하던 김정남을 살해하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김정남을 묵시적으로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은 결국 중국에 대한 정면도전을 의미하기에 중국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북한과 무비자 협정을 체결할 정도로 우방이었던 말레이시아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인해 북한과의 단교를 포함, 각종 제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태국 등 비교적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잡이는 제잡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자기 자신이 해를 입는다는 뜻이죠. 이 말처럼 고모부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것이 김정은에게 역풍이 되어 정권유지는 커녕 오히려 북한체제 붕괴를 촉진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