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에는 새로운 선전선동 신조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입니다.
이 만리마의 정신은 특히 오늘날 북한지도부가 추구하는 국가운영방향, 통치철학을 가장 정확히 대변해주는 노동신문 정론 '70일 전투의 승리자가 되자'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70일 전투의 승리자는 다름 아닌 자강력제일주의자이다. 우리 당의 자력자강의 사상과 신념을 뼈와 살로 삼고 삶과 투쟁의 무기로 틀어쥔 사람만이 만리마를 탈 수 있으며 70일 전투의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봉쇄를 자력갱생, 자기 힘을 믿고 타개해 나가자는 사상입니다.
천리마로부터 만리마정신에로의 계승성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혁명의 상승주로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그것은 평온한 날이 아니라 준엄한 날에 혁명이 더 힘차게 전진하였다는 것이다.
내외의 원쑤들의 준동을 천리마의 무쇠발굽으로 단호히 쳐 갈긴 1956년 12월 천리마대고조의 발단이 그러하였고, 나라의 정세가 전쟁접경에로 치닫던 1960년대 당이 제시한 병진로선을 받들어 한손에는 총을, 다른 손에는 낫과 마치를 들고 조국의 힘을 천백배로 키워온 로정이 또한 그러하였다.'
즉, 어려울 때 혁명이 더 전진했고 천리마로 달렸으며, 또 만리마로 달릴 수 있다는 거죠. 다음으론 말 타는 방법론인 사상과 정신이 강조됩니다. 즉, 천리마나 만리마는 진짜 빠른 말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창조하는 사상의 말이라는 것입니다. 투쟁정신이 더 빨리 달리라는 거죠.
'일군들은 오늘의 대고조진군의 선구자이며 만리마의 고삐를 틀어잡은 기마수이다. 일군들은 기적을 낳는 어머니는 대중의 정신력이라고 하신 우리 원수님의 가르치심을 심장에 새기고, 사상의 위력으로 돌파구를 열고 혁명적인 사상공세로 기적을 창조하는 사상전의 능수가 되라.' 이렇게 달리는 만리마는 결국 다음과 같은 것들을 창조해 냅니다.
'불과 두달이였다. 그러나 2016년의 첫 두 달에 우리는 반만년 민족사의 꿈과 숙원을 이루며 참으로 눈부시게 전진했다. 우리 지하전동차의 첫 운행, 미래에로 가는 차표를 팔아주는 매표소와 같이 일떠선 과학기술전당, 우리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의 성과적 발사…' 북한이 요즘 재 가루로 만들겠다고 하는 청와대가 있는 '썩고 병든 남조선'에서는 천리마, 만리마 타령은 하지 않아도 온갖 희한한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지하터널이 완성되었는데요, 길이가 무려 50.3km입니다. 북한일반도로 다니는 속도로는 1시간 넘게 달려야죠. 이와 유사한 지하 도로들이 남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습니다.
시속 300km 고속철도는 다닌 지 오래됐고요, 현재 회자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바이오, 나노기술융합과 인공지능개발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즉, 머지않아 프린터가 만든 간 등 인공내장을 이식받게 되고, 무인차시대가 열리며, 모든 디지털기기는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게 됩니다.
전쟁도 인간 총폭탄이 아니라 로봇이 할 것이고, 비행체도 거대 전투기가 아닌 수백만 개의 작은 무인기가 떠서 전투를 할지도 모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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