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사업은 곧 정치 사업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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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강산을 뒤흔들게 진행하는 '사상전의 포성'이 여기 워싱턴까지 울려오는 듯합니다.

'사상전의 포성으로 강산을 뒤흔들자! 모든 승리와 기적의 첫 자리에 바로 사상중시, 사상 선행의 원칙이 있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이것이 우리의 사상이고 신념이다.'

'하늘처럼 믿고 따르며 그이의 구상과 의도라면 물과 불속에라도 웃으며 뛰어드는 천만 군민의 불타는 마음이 역사의 기적을 창조한다. 그 충정의 한마음이 조선의 제일 국력!'

'백두산 장군들의 슬하에서 개척되고 백승을 떨쳐온 조선혁명은 사상으로 개척되고, 그 위력으로 승리를 떨쳐 온 사상중시 혁명.'

최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사상일꾼대회'를 계기로, 그리고 김정은이 대회에서 한 연설을 기화로 요즘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의 매체를 도배하는 표현들, 기사내용들입니다.

노동신문 1면에는 27일 이런 내용의 사설도 실렸죠. '우리식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어긋나는 온갖 잡사상과 이색적인 풍조가 우리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상적 모기장을 든든히 쳐야 한다.'

아마도 김정은이 이번 8차 '사상일꾼대회'에서 한 육성연설에서 장성택을 '현대판 종파'로 규정하면서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사상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한 내용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김정일의 전속 스시요리사를 오랫동안 지내 김 부자 사생활과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손금 보듯 아는 후지모토 겐지는 얼마 전 장성택처형과 관련해 이런 평을 했죠.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를 이렇게 잔인하게 죽인 기본원인은 장성택이 '기쁨조 공급 책'이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기쁨조를 선발하고 여성편력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장성택을 처형한 것'이라고 주장했죠.

'시어머니에게 역정이 나 개배때기를 찬다'고 아버지 김정일이가 기쁨조와 놀아난 화풀이, 자기 어머니의 원한을 애매한 장성택에게 했다는 말이죠.

하긴 김정은이 김정일의 정부인 고영희의 아들로 자라면서 장성택이나 김경희로부터 곁가지, 찬밥 대접을 많이도 받긴 받은 모양입니다. 그렇게까지 고모부를 잔인하게 처형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김 부자 기쁨조성원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간부 5과에서 선발합니다. 이곳과 장성택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기쁨조 공급은 다른 간부들이 알아서 다 했을 텐데 굳이 처남, 매부사이에 이런 '쑥스러운 관계'를 서로 맺을 필요가 있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김정은의 개인적 원한이 폭발한 것만은 틀림이 없죠.

현재 북한이 그토록 떠들고 있는 사상전은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내부적으로 딴 생각하지 못하도록 달달 볶기 위한 것, 그리고 김정은의 유일령도체제를 조기에 확실히 확립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또 물질적 자극, 배급보다 사상적 자극, 정신을 앞세워 지금의 경제난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겠죠. 그러나 북한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후방사업은 곧 정치 사업이다.' 김정은의 선대 '수령'들인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 말씀이죠. 아무리 말로 어쩌고저쩌고 해도 입에 사탕 한 알, 떡 한 개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사상사업, 정치 사업이라는 얘기죠.

김일성과 김정일이 만든 김일성, 김정일주의와 김정은이 제창하는 주의는 서로 다른가 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