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뚜껑 운전사’

북한 구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룡등탄광 청년갱에서 일하고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
북한 구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룡등탄광 청년갱에서 일하고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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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에서도 여성들을 위해 기념하는 국제부녀절, 3.8절 10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명 세계 여성의 날 또는 국제 여성의 날이라고도 하죠.

기념일의 유래는 사회주의자들과 여성인권가들이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을 기리고, 그들의 자유와 참정권, 일할 권리, 차별 철폐 등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여 생기게 되었습니다.

유엔에서는 1975년부터 정식 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3월 봄 시작의 첫 축제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을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책임진 혁명 력량', 그리고 꽃이라고 합니다. 이 날을 기념해 각종 노래모임, 행사를 진행하며 노동신문 등은 북한을 빛낸 대표적인 유명 여성들을 대서특필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유명 노래도 있습니다. '여성은 꽃이라네' 제목의 노래인데요, 가사도 참 좋고 노래 가락도 흥겹습니다.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 가정 알뜰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정다운 아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생활의 한자리가 비여 있으리,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또 노래는 '여성은 아들딸을 영웅으로 키우는 꽃, 행복의 꽃이며 그대들이 없다면 행복의 한자리가 비여 있으리, 여성은 위훈의 길을 수놓는 나라의 꽃이라네, 그대들 없다면 나라의 한자리가 비여 있으리'라고 노래합니다.

참 훌륭하죠. 그러나 노래처럼 실지 북한의 여성들은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으로 대접받고 있을까요?

우리에게 가장 흔하게 각인된 북한의 여성상은 '가마뚜껑 운전사'입니다. 또 가끔은 '사령부 작식대원'이라고도 하죠. 여성들의 가정 내 역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집안의 밥그릇을 책임졌기 때문에 권한이 제일 세다는 뉘앙스로도 쓰입니다. 물론 유머로요.

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시기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북한여성들은 몇 배나 더 커진 부담과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가마뚜껑만 책임진 것이 아니라 온 집안의 밥벌이도, '만리마 속도'와 '강원도 정신'의 사회주의건설 짐도 져야하죠.

오죽하면 남자들을 쓸모없는 '낮 전등', '벽 그림', '멍멍이', '자물쇠', '300'이라고 하겠습니까.

애들도 돌봐야 하고, 밥상도 차려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빵•국수를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팔아야 하고, 시부모님들 돌봐야 하고, 인민반 동원에도 나가야 하고, 군인들 지원하는 도시락도 준비해 바쳐야 하고, 온갖 꺾어지는 기념일에 시위대나 군중무용에 동원 돼야 하고, 또 많은 여성들은 직장에 나가랴, 돌격대에 동원되랴, 정말 이들의 부담은 끝도 없습니다.

그 엄혹했던 남포 고속도로 건설에 동원된 여성들은 전체 돌격대의 3분의 1은 될 겁니다. 최근에는 군 복무기간도 늘었고, 또 더 많은 여성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면서요.

물론 외부세계 여성들이 모두 북한노래에서 찬양하는 것처럼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으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 특히 서울에서는 적어도 물 걱정, 전기 걱정을 하지 않고 살며, 세탁기, 냉동기, 전기밥솥 같은 것은 기본으로 누리며 살고 있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