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일수부동.'
북한에서 들어본 말이죠? 말 그대로 한번 수를 쓴, 옮겨놓은 쪽은 다시 쓰지 못한다는 뜻이죠.
한 수를 써도 매우 심중하게 생각하고 써야하고, 일단 쪽을 옮겨놓으면 아무리 형세가 불리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실 장기보다는 군사작전에 훨씬 더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남한에는 '낙장불입'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화투, 투전, 트럼프 따위를 할 때에 판에 한번 내어놓은 패는 물리기 위하여 다시 집어들이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백성들의 지혜가 당연히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겠죠? 그래서 개발해낸 훨씬 더 무시무시한 게임 룰이 '쥔 쪽'입니다. 일수부동은 그래도 이것저것 쪽을 쥐었다 놨다하면서 쓴 수룰 물릴 수 없다면, 쥔 쪽은 아예 쪽을 쥐면 그것을 무조건 써야하는 더 엄격한 룰이죠.
지금 북한은 그야말로 국제사회의 엄격한 '쥔 쪽'제재를 당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며칠 전 유엔안보리는 사상최강의 대북제재결의안을 통과시켰죠.
북한화물은 무엇이든 유엔회원국의 검열을 거쳐야 되고요, 북한은행 대표부나 금융기관 파견원들은 90일내에 외국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39호실, 2경제위원회, 기계공업부도 제재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에 가장 돈이 많고 힘 있는 소속 기관원들도 더는 외국에 머무르지 못하게 됐습니다.
금판매도 금지되었고요, 석탄 등 광물은 인민들의 생계와 상관없는 것은 수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즉, 중국에 제일 많이 파는데 중국이 코걸이하면 코걸이, 귀걸이하면 귀걸이 식으로 제재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이미 강한 제재를 개시했습니다. 중대정책결정을 하는 최근 전인대회의에서 중국은 북한관련 계획을 완전히 들어냈습니다.
단동 항 이용도 중지하였고 광물수출도 막았다고 합니다. 최대은행들인 중국의 4대 은행은 물론 지방은행들까지도 북한송금을 언급하니까 콧방귀를 뀌는 상태이고, 중국위안화 거래도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필리핀정부는 이번 유엔안보리결의 후 첫 케이스로 북한선박 진텅호를 몰수 조치하였습니다. 31척의 북한원양관리회사의 배들이 제재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죠. 앞으로 유사한 조치들이 많이 발생하리라 봅니다.
개성공단을 중단시켜 핵․미사일 및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던 1억 달러의 자금을 차단시킨 남한은 조만간 추가적인 독자제재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핵심은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이 남한에 올 수 없도록 하는 해상무역제재인데요, 실시되면 세계 6위의 수출지인 한국에서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은 당장 퇴출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행될 경우 러시아와 함께 추진한 라진-하산 프로젝트도 자연히 중단되게 됩니다.
또한 유엔제재리스트 외에 더 많은 개인, 기관들을 제재한다고 하네요. 외국 북한식당들에는 지금 한국 손님들이 가지 않아 당장 문 닫을 처지에 있고요. 과연 국제사회의 엄격한 '쥔 쪽'제재에 북한이 언제까지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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