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 쪽’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모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모습. (Don EMMERT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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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일수부동.'

북한에서 들어본 말이죠? 말 그대로 한번 수를 쓴, 옮겨놓은 쪽은 다시 쓰지 못한다는 뜻이죠.

한 수를 써도 매우 심중하게 생각하고 써야하고, 일단 쪽을 옮겨놓으면 아무리 형세가 불리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실 장기보다는 군사작전에 훨씬 더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남한에는 '낙장불입'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화투, 투전, 트럼프 따위를 할 때에 판에 한번 내어놓은 패는 물리기 위하여 다시 집어들이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백성들의 지혜가 당연히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겠죠? 그래서 개발해낸 훨씬 더 무시무시한 게임 룰이 '쥔 쪽'입니다. 일수부동은 그래도 이것저것 쪽을 쥐었다 놨다하면서 쓴 수룰 물릴 수 없다면, 쥔 쪽은 아예 쪽을 쥐면 그것을 무조건 써야하는 더 엄격한 룰이죠.

지금 북한은 그야말로 국제사회의 엄격한 '쥔 쪽'제재를 당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며칠 전 유엔안보리는 사상최강의 대북제재결의안을 통과시켰죠.

북한화물은 무엇이든 유엔회원국의 검열을 거쳐야 되고요, 북한은행 대표부나 금융기관 파견원들은 90일내에 외국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39호실, 2경제위원회, 기계공업부도 제재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에 가장 돈이 많고 힘 있는 소속 기관원들도 더는 외국에 머무르지 못하게 됐습니다.

금판매도 금지되었고요, 석탄 등 광물은 인민들의 생계와 상관없는 것은 수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즉, 중국에 제일 많이 파는데 중국이 코걸이하면 코걸이, 귀걸이하면 귀걸이 식으로 제재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이미 강한 제재를 개시했습니다. 중대정책결정을 하는 최근 전인대회의에서 중국은 북한관련 계획을 완전히 들어냈습니다.

단동 항 이용도 중지하였고 광물수출도 막았다고 합니다. 최대은행들인 중국의 4대 은행은 물론 지방은행들까지도 북한송금을 언급하니까 콧방귀를 뀌는 상태이고, 중국위안화 거래도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필리핀정부는 이번 유엔안보리결의 후 첫 케이스로 북한선박 진텅호를 몰수 조치하였습니다. 31척의 북한원양관리회사의 배들이 제재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죠. 앞으로 유사한 조치들이 많이 발생하리라 봅니다.

개성공단을 중단시켜 핵․미사일 및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던 1억 달러의 자금을 차단시킨 남한은 조만간 추가적인 독자제재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핵심은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이 남한에 올 수 없도록 하는 해상무역제재인데요, 실시되면 세계 6위의 수출지인 한국에서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은 당장 퇴출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행될 경우 러시아와 함께 추진한 라진-하산 프로젝트도 자연히 중단되게 됩니다.

또한 유엔제재리스트 외에 더 많은 개인, 기관들을 제재한다고 하네요. 외국 북한식당들에는 지금 한국 손님들이 가지 않아 당장 문 닫을 처지에 있고요. 과연 국제사회의 엄격한 '쥔 쪽'제재에 북한이 언제까지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