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긴장격화 행위로 지금 한반도 정세는 어는 순간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장국면에 있습니다.
‘핵 선제타격 권리를 행사하겠다. 청와대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도발하면 벌초해 버리라. 남한을 최종 파괴하겠다. 제2의 조선전쟁. 최후 돌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등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불가침선언 폐지를 포함해 매일과 같이 초강경 위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남북사이 긴장이 최고 수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김정은은 직접 연평도 주변 장재도와 무도 방어대를 찾아 ‘조국통일의 신호탄을 쏴 올리라’고 도전적 발언을 하는가 하면, 총참모장 현영철이 판문점을 시찰하는 등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의 긴장고조는 작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가 발단이 되었죠. 유엔안보리가 규탄성명을 채택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며칠 전 유엔안보리는 이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습니다.
이에 겹쳐 남한에서는 연례적인 한미 독수리, 키 리졸브 합동군사훈련이 진행 중이고 북한은 이를 계기로 긴장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에서는 이와 같은 대치를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너 죽고, 나 죽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대결을 의미합니다. 치킨은 영어로 닭이라는 말인데, 미국에서는 겁쟁이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치킨 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했죠.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기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였고, 진 사람은 겁쟁이 치킨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치킨 게임은 국제정치학에도 인용돼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뜻하는 게임이론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1950-1970년대 미국과 구 소련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 대립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남북한 치킨게임에서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까요? 다시 말해 한반도에 핵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더 큰 피해를 볼가요? 정답은 민족의 공멸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고, 또 살아남는다고 해도 핵 참화로 한반도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황폐화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전쟁에서 총알받이가 되어야 할 북한 군인들의 정신 상태는 지금 어떨까요? 아직도 인민군은 노래에도 있듯이 ‘보라 우리를 보라, 그러면 마음 든든하리라, 보라, 우리는 무적의 지도자동지의 군대’일까요?
장기간의 ‘고난의 행군’으로 인민군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머를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 보급물자가 하도 부족해 군인들 속에서는 이런 말이 노래처럼 퍼졌죠.
‘군단은 군데군데 떼먹고, 사단은 사정없이 떼먹고, 연대는 연달아 떼먹고, 대대는 대대적으로 떼먹고, 중대는 중간 중간 떼먹고, 소대는 소심하게 떼먹고, 분대는 분할해서 떼먹고, 병사들에게 차례지는 건 전혀 없다’고 말이죠.
실제 병사들은 소금과 간장, 염장무도 모자라 매일과 같이 멀건 소금국에, 폭판 맞은 잡곡밥을 먹으며 부업과 훈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려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병에 걸리기도 하죠.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중대장은 병사들의 맏형, 정치지도원은 맏누이가 되어도 전쟁에서 이길지 말지인데, 모두 영양실조 군인들로 만들고 있으니 과연 누가 ‘조국과 인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겠습니까?’
물론 북한이 무슨 얘들 장난처럼 떠들고 있는 ‘제2의 조선전쟁, 핵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겠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