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민족최대의 명절' 4.15일은 잘 쇠고 계신지요?
말이 명절이지 뭐니 뭐니 해도 공급을 잘 줘야 모두들 좋아하시죠. 농태기(농장에서 개인들이 뽑은 밀주를 가리키는 은어)라도 한 병 차례지고, 평상시에 먹어보지 못하는 돼지비계 한 점이라도 먹어야 명절 같습니다.
소식을 들으니 작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4.15 특별공급을 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어린이들에게는 사탕과 과자를 조금씩 줬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늘 주던 술, 기름, 고기, 식량 등 명절물자를 주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엇떠 신죠?
노동신문 논조를 기준으로 한다면 김정은은 지금 인민들을 엄청 호강시킬 것 같은데요. 어제 정론 '영원히 인민들 속에서'라는 기사가 실렸죠. '대를 이은 수령 복, 인민의 커다란 행운, 김정은의 인민사랑'을 한껏 노래했습니다.
신문은 김일성을 '전사들과 인민들 앞에서는 더없이 친근하고 다정한 어버이'로 칭송하면서 김정은도 김일성의 대를 이어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죠.
김정은의 인민사랑 업적에 대해서는 평양 릉라도인민유원지 놀이기구 탑승, 평양 가정집 및 애육원•육아원 방문, 군부대 수산사업소 종업원과의 기념사진 촬영 등을 거론했고, 그래서 김정은이 '겸허하고 소탈하고 인정 넘친다'고 찬양했습니다.
신문은 또한 세계 여러 나라 인민들도 김정은을 격찬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죠. '탁월한 수령을 모시지 못한 인민은 부모 잃은 고아의 처지와 다름이 없다'라는 제목의 개인 글은 '대대로 수령 복, 태양 복을 누리는 것은 우리 조국과 인민의 커다란 행운'이라며, 세계가 김정은같은 지도자가 있는 것은 북한의 '대통운, 최상최대의 영광이며 진보적 인류의 대 경사'라고 격찬했다고 주장했죠.
얼마 전 박근혜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하면서 통일독일의 성공 상징인 드레스덴에서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구상을 발표하였습니다.
인도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인민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남북 주민 간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자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도적 문제로서 분단으로 상처받는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정례화하고,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겠다고 했죠.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복합농촌단지를 북에 같이 조성하고, 북한의 교통과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건설에 남한이 투자하는 대신 북한은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러 물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한 남북중 경제협력도 추진하자고 했습니다.
동질성 회복방안으로는 순수 민간접촉을 최대한 확대하고, 이를 위해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며, 남북한, 유엔이 함께 DMZ(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자고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죠.
김정은의 대를 이은 물놀이장 건설 식 '이민위천'에 비하면 훨씬 더 획기적인 북한개발 방도가 아닌가요?
그래서 요즘 북한인민들이 김정은보고 '이민위천'은 고사하고 '이식위천'이라도 하라고 손가락질 하는가 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