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를 자주 끼면~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에 문재인 19대 대통령이 당선된 지 3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몇 달 동안 권력공백기가 있었는데요, '장미대선' 이후 산적한 대외관계, 남북관계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들이 발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주변 4강을 대상으로 한 특사외교가 가장 빨리 시동을 걸었는데요, 이를 통해 현재 가장 예민한 사드(THAAD)배치 문제, 한미 FTA 재협상 문제, 위안부합의 이행 문제 등이 순차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 비평을 내놨죠.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 화를 청하는 어리석은 외세의존 책동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 의존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다는 어리석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마땅히 선임자들의 비참한 말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침략적이며 지배주의적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외세의 그 어떤 시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외세에 아부 추종하며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반역자들 또한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새 정부의 대북정책 윤곽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일단 시작하고, 북핵 문제 진전에 따라 제재가 완화되면 이에 맞춰 점차 교류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대화도 병행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해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고, 북한에 돈이 들어가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쓰일 우려가 있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같은 경제협력 사업은 유엔 제재 저촉 가능성이 있어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재개를 아직 추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한이 이렇게 사실상 대북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탄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벌써 두 번째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단행하였습니다.

1주일 간격으로 발사한 것도 좀 드문 일인데요, 아마도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되면 핵미사일 도발에 분명히 제약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저들의 무장화를 앞당기려는 의도로 보여 집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지금 미국과 북한이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가를 겨루는 형국이라고 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죠. '방귀를 자주 끼면 똥이 나오듯이,,,' 이를 주변 기록원들은 '구름이 자주 끼면 비가 오듯이'라고 순화해서 발표하군 했죠.

김정은이 지금 그렇게 따라하려고 하는 망조부 김일성의 말처럼 북한이 미사일 방귀를 너무 자주 끼면 큰 코를 다치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