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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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당국이 36년 만에 파급적으로 개최한 7차당대회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감정, 불만이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당 대회를 '설렁탕 대회'라고 한다면서요. 즉, 지난 6차당대회에 비해 아주 썰렁하게 진행돼 붙은 명칭입니다.

김정일 후계체제가 공표된 1980년 6차당대회 때는 117개국에서 170여개의 외국대표단이 참가하였으며 외국수반급도 여러 명 있었습니다.

또한 대회 참가자들, 대표들에 대한 선물도 대단했죠. 일본산 천연색 텔레비죤에 백두산 상표를 단 냉동기와 전축이 지급됐고 각종 식료품, 공업품이 하사되었습니다. 오메가 브랜드 김일성 명함시계도 지급됐죠.

그리고 인민경제발전 10대전망폭표도 제시되었습니다. 1000억kw/시의 전력, 1억 2000만 톤의 석탄, 1500만 톤의 쌀, 15억m의 천. 그때 하도 달달 외워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민경제 5개년 발전전략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죠. 주민들이 정책적인 변화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했는데 아마도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또 썰렁한 당 대회라고 할 것입니다.

또 주민들은 이번 당 대회를 'No당당 대회'라고도 한다죠. 당당하지 못한 대회라는 겁니다.

북한은 이번에 130여명의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도 대회 취재를 제대로 허용하지 않았죠. 대신 저들이 보여주고 싶은 병원, 공장, 대학들로 끌고 다녔습니다.

또한 실황중계를 보라고 주민들을 하루 종일 대기시켜놓고는 방송을 내보내지 않아 왜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냐고 했답니다. 북한주민들에게도 No당당 대회죠?

북한주민들은 요즘 당국이 적극 장려하는 '세상에 부럼없어라' 노래도 개사해 부른다고 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을 '우리의 아버진 달러 아바이, 우리의 집은 장마당'이라고 한다죠.

북한당국이 아무리 탄압하고 통제하고 억압하려고 해도 북한주민들의 반항심, 현실에 대한 불만표출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이를 거스를 수 없는 거죠.

요즘 북한은 안팎으로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스위스가 자국 내 북한자금을 모두 동결하는 조치를 포함해 강력한 독자제재를 발표한데 이어 북한이 공을 들이고 가까워지려고 하는 러시아도 금융관련 제재를 개시했습니다.

앞으로 스위스 산 고급시계를 북한간부들에게 더는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4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지도부의 비자금이 전부 동결되었을 수도 있고요.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금융제재를 피해 러시아와 루블화청산결제 합의를 맺었는데 이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접근이 훨씬 더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한쪽으로는 핵 국가의 지위를 공표하면서 새로운 지위로 국제사회와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북한지도부의 야심이 극단을 달리는 한편, 주민들의 원성과 불만, 국제사회의 압박도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