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인들의 ‘생활전선’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체제 들어 처음으로 열린 예술인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작업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번 대회에 서한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주체적 문학예술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지'를 전달하기도 했죠. 여기서 그는 현재 북한의 문학예술이 전반적으로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지금 문학예술부문 사업이 당과 혁명의 요구, 시대의 부름에 따라서지 못하고 있다, 문학 예술인들의 사상적 각오가 투철하지 못하고, 명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문학, 극 문학들이 나오지 못해 좋은 영화와 연극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했죠.

그러면서 영화혁명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 뜨고 있는 모란봉악단은 모범사례로 소개됐죠. 김정은 처인 리설주와 집단적으로 음란행위, 섹스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처형설이 나돌았던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번 9차 예술인대회의 취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 김정은이 새 지도자가 됐다. 그러니 지금까지 했던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도 중요하지만 나를 수령으로 만드는데 집중해라. 그리고 방법은 모란봉악단처럼 해라.'

그러나 이 과제는 결코 쉽지 않겠죠. 왜냐면 지금까지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하는데 가능한 모든 소재를 다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는 신선하지도 않죠. 그래서인지 요즘 선전일군들은 기계적으로 우상화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총을 쏘았고, 9살에는 나타나는 목표를 백발백중으로 명중했다, 6살 때부터 말을 탔고, 9살 에는 혼자서 대형 자동차를 몰고 가파른 도로를 120km나 주행했다, 이런 식이죠. 척 들어도 벌써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의 경우 솔방울로 폭탄을 만들었다, 축지법을 썼다 하는 것들은 항일, 6.25전쟁으로 어느 정도 신비화할 수 있었죠.

그러나 김정일 때부터는 점차 이것이 통하지 않게 돼 물방울 2개가 합치면 더 큰 하나가 된다는 등 아주 원시적인 우상화에 매달리다 급기야 골프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11개나 했다고 거짓말을 해댔습니다.

이건 무슨 말과 갔냐면 축구 한 경기에서 골키퍼가 찬 공이 11개나 단번에 꼴이 됐다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런 믿거나 말거나 식의 우상화는 오히려 본인에게 해가 되겠죠? 여기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표입니다.

문학예술이 침체한 원인은 또 있죠. 예술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작품 활동이 '생활전선'과 직결돼지 못하다나니 몇 배로 힘들기도 하죠. 우상화 따로, 밥벌이 따로 해야 합니다.

예술인들의 '생활전선'활동은 또 공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듭니다. 발품을 팔아 돈 많은 사람들, 관혼상제를 찾아 다녀야 하고, 일부 여인들은 비밀리에 부정관계의 달인이 돼야 하고. 또 엄청난 위험도 따릅니다. 모란봉, 은하수 악단 일부 가수들처럼 집단음란행동은 공개처형도 감수해야 합니다. 과거 유사한 처형, 혁명화, 사상투쟁이 계속 반복돼 왔죠.

문학예술혁명의 전성기는 북한문헌에도 나와 있듯이 인민대중이 주인이 돼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민대중의 모습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내면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생활전선'과 직결돼야 하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