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열린 제9차 예술인대회에서 제시된 영화창작에서의 혁명방침이 벌써 빛을 발하나요,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눈보라창착단에서 영화한편을 냈죠? 6.25전쟁을 앞둔 시기 북한공작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다부 작 영화 '포성 없는 전구'입니다.
오래전 전쟁물 탐정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을 북한이 창작해서 내 놓았을 때 인기가 정말 대단했었죠. 영화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평양시 전체 시내, 아니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북한 전역이 텅 비고 쥐죽은 듯 조용했었죠. 이번에도 그럴지 기대됩니다.
외부의 문화와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설까요? 북한에서는 제작된 영화나 문학예술작품이 많지 않은데도 여기에 나오는 유명대사들, 표현들이 항간에서 꽤 많이 유행되고 있습니다.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도 등장인물들인 유림, 박무, 김순희 중위, 나까무라, 미군장교들인 클라우스, 마틴의 대사들이 인민들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었죠. 다른 유명작품들도 마찬가집니다.
'돼지가 풀만 먹겠다고 합데?' '총을 하늘로, 하늘로,,,' '이자 말한 사람이 누구요? 당원이요?' '당원들은 이쪽으로 모이시오,' 등이 생각나는군요.
또한 이러한 대사들을 당국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은어나 유머로 쓰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기막힌 창의력과 기지를 발휘하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북한군인, 인민군을 조롱하는 '공산 군'입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도 쓰죠. '머슴이 지주가 되면 덕 악착하대.' 사실 북한은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된 세상이라고 선전합니다. 프롤레타리아혁명을 통해 지주, 자본가계급을 때려 부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몰수해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된, 착취와 압박이 없는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인 세상을 건설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주민들, 노동자, 농민들이 '머슴이 지주가 되면'이라는 자기 모순적인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공산사회를 건설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그 놈이 그 놈이구나', 또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 악착한 놈들이구나,' 하는 자괴감에서 일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가난한 농민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김일성 가문이 노동자, 농민의 세상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3대째 북한전체를 자기 소유물로 만들고 있죠.
자기들은 북한 명승지마다 호화별장, 궁전들을 건설해 놓고 온갖 호화호식을 다 누리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노동자, 농민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말이죠.
루마니아를 방문해 김일성을 친형처럼 따랐던 차우셰스쿠의 행적을 추적해 봤더니 그야말로 쌍둥이형제 판박이였습니다.
차우셰스쿠는 초등학교 4년제밖에 나오지 못했고, 루마니아국어도 아주 한심하게 구사했지만 자신을 사상이론의 대가, 유능한 연설가, 수령으로 만들었고 그의 처 엘레나 차우셰스쿠도 화학에 '화'자도 몰랐지만 박사칭호에 국립왕실 화학연구소 소장을 지냈습니다. 김 부자처럼 각기 많은 노작, 논문들도 발표했고요.
그래서 엘레나는 논문발표를 직접 하지 않고 녹화로 했다 네요. 실지 물어보면 기본적인 화학용어들도 몰라 다섯 마디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는군요.
차우셰스쿠는 곰 사냥도 좋아해 부하들이 곰을 많이 사다 풀어놨다죠. 그리고 잡는 것마다 박제품을 만들어 별장에 소장했고, 외국수반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인민들은 닭 몸통은 몽땅 수출하고 닭발만 먹게 했고, 하루에 전기는 2시간만 보내주면서 말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