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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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자가생'하면 집에서 출퇴근하는 대학생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학마다 자가생 비율은 다양하지만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자연학부가 사회학부보다 더 많고,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과가 더 많은 편입니다. 여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자가생들이죠.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 인민군에도 '자가 병사'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출퇴근하는 병사들이 생겨났다는 말이죠. 만기 군복무가 보통 10년이고, 그 기간 휴가를 받아 집에 갈 수 있는 병사들도 극히 드문 형편에서 어떻게 자가 복무하는 병사들이 생겨났을 가요?

북한은 오래전부터 지역주의, 종파주의, 가족주의를 타파하고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제를 확실하게 확립하기 위해 군 배치 원칙을 특별히 마련해 집행해 왔습니다.

즉, 북쪽지역의 병사들은 아래쪽으로 배치하고, 남부 지역 출신은 되도록 중부나 북쪽으로 서로 교방 배치했었죠. 한 때는 당 간부들이 자식들을 호위국이나 인민무력부 청사, 평양시 등 편안한 곳에만 보낸다고 김정일이 강하게 지적해 이들을 전연지역이나 어렵고 힘든 병종, 지역에 보내도록 하는 조치도 취해졌었습니다.

또한 군 장성들, 군관들이 자녀들을 자기부대 소속으로 두는 것도 문제가 돼 절대로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취해졌었죠. 그러나 이것은 한갓 속임수에 불과했고, 한동안만 잠깐 관철하는 등 하다가 바로 다 도루메기가 되군 했죠.

왜냐면 인민군 군인들의 복무환경이 자식들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열악해 졌기 때문입니다. 자가 병사도 사실은 진짜 자기 집에서 출퇴근 하는 병사들이 아니고, 영양실조에 걸린 자식들을 살리려고 막무가내로 부모들이 부대 앞 마을에 하숙을 해 자식들을 돌보고 또 이들이 여기로 출퇴근하면서 생긴 말이죠.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군인들에 대한 대접이 이 모양인데 자유민주주의 서울에서의 현실은 어떨까요? 언젠가 남한 장성들의 월급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계급이 높은 대장은 기본급여와 상여금, 각종 수당과 교통비를 포함해 연봉이 1억 2천 840만원, 미화로 11만 8천 달러입니다. 북한의 상장과 중장, 소장에 해당하는 중장과 소장, 준장은 각각 11만 2천 달러, 9만 9천 달러, 9만 달러라고 하죠.

또 북한의 대좌와 중좌에 해당하는 29년차 대령과 24년차 중령의 연봉은 각각 9만 달러와 7만 9천 달러, 7년차 대위는 4만 2천 달러, 19년차 상사는 5만 1천 달러를 연봉으로 받고 있습니다.

군인들에 대한 대접이 이것으로도 부족해 19대 문재인대통령이 얼마 전 탄생했는데 대선 때 공약처럼 병사들의 월급을 대폭 인상한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해 상병기준으로 올해 19만 5천원인 월급을 내년에는 25만 9천원으로, 6만 4천원 가량 인상한다는 계획입니다.

상병이면 북한에서 중급병사에 해당하죠. 이병 또는 이등병이 북한의 전사에 속합니다. 전사의 월급이 150달러정도 되고 이것이 대폭 인상된다니 아마도 통일되면 인민군 군인들은 전부 제대되지 않고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