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하여 복수함!

영화 '더 인터뷰'의 포스터.
영화 '더 인터뷰'의 포스터.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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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외부에선 미국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사인 컬럼비아사가 북한의 김정은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를 만들고, 그 예고편을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는 코미디 희극영화입니다.

북한에서도 여러분들이 많이 보았겠습니다만 컬럼비아 영화사는 영화 첫 시작화면에 한 백인여인이 긴 치마를 입고 횃불인가를 들고 서있는 그 영화사인데요, 미국의 6대 영화사 가운데 하나로 이번에 약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는 10월 14일에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의 소리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영화사가 김정은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약 1분 40초가량의 예고편 영상을 보면 어린 북한소년 3명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부자의 초상화 앞에서 기타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이어 총기를 준비하는 토크쇼 사회자의 모습과 함께 김정은이 거들먹거리면서 시가를 피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김정은역에는 한인 배우 랜달 박이 캐스팅됐다 네요.

영화의 주인공은 김정은을 인터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미국의 한 텔레비전 토크쇼 사회자와 프로듀서입니다. 이들은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인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입니다.

두 사람은 평양 방문에 앞서 미 중앙정보국 CIA로부터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는데요, 그러나 이들은 각자 암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암살 지령'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영화는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예고편에는 '당신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에 들어가게 됩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CIA의 요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김정은의 사람들은 김정은을 돕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거나 '김정은은 돌고래와도 대화할 수 있다'등의 말을 하는 장면도 나오죠.

아마도 3살 때부터 총을 쐈고, 9살 때는 나타나는 목표물을 모두 명중했다는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북한의 허위선전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영상에는 북한 군인들이 총격전을 벌이거나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누군가가 북한에서 '말 춤'을 추는 장면, 두 사람이 미국 국민에게 환대를 받는 장면 등도 나옵니다.

비록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이지만 최근 북한에서의 인민들의 민심으로 봐서는 우연치 않아 보입니다. 요즘 인민들은 김정은을 두고 '최고 존엄 오늘 어디 갔나?' '최고 존엄 오늘은 무슨 행사 조직했나?'하면서 그를 조롱하더니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당의 구호도 '인민을 위하여 복수함'으로 바꿔 말한다면서요.

물론 이것이 꼭 김정은을 염두에 두지 않고 북한 지배계층, 간부들을 전체적으로 지칭했을지는 몰라도 주민들의 원성이 점점 고조되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제가 최근 루마니아를 방문하면서 체험한 바에 따르면 1989년 당시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할 때 그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처벌받은 것이 아니고, 불과 최측근 몇 명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다음 정권을 이어갔죠.

즉,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차우셰스쿠를 버리고 새로운 길, 새로운 삶을 선택한 셈이죠. 차우셰스쿠가 체포될 때 그의 옆을 지킨 호위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