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진 핑 중국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이에 대한 북한의 심술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전술 유도탄, 전술 로켓 발사시험에 대한 김정은의 직접적인 훈련참관에 이어 국방위 특별제안, 노동신문의 주장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30일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특별제안'에서 7.4남북공동성명 기념일에 맞춰 내달 4일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심리모략행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남북 간 교류와 접촉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는 8월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의 취소도 촉구했습니다.
반면 노동신문은 '북핵 포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제는 괴뢰들이 북핵 포기라는 어리석은 망상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며 '우리의 정책과 노선에 그 무슨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기를 고대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는 7월 3일 예정되어 있는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과 남한에 보내고 싶은 경고와 메시지를 모두 담은 셈입니다. 한 때 피를 나눈 형제, 순치의 관계, 혈맹관계를 자랑하던 북한과 중국 관계가 이제는 중국 주석이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하는 정도까지 왔으니 북한의 심정이 오죽이나 하겠습니까.
시진 핑 주석의 이번 남한 방문은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무시하고 1992년 8월에 남한과 전격 수교를 단행했던 역사에 버금가는 가장 혹독한 북․중 사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시 김정일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만과 가까워지려 했고, 핵 전파를 포함한 군사적 거래까지도 시도했었죠.
북한이 '평양문화어'를 제창하면서 '개'자가 들어 간 표현을 상당히 금기시하는 분위기속에서도 '개 꿈'이라고 까지 강한 표현을 써가면서 핵 억지력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런 불편한 심기의 노출이라 하겠습니다.
평양에 있을 때 보았던 중앙사로청 소속 예술인의 개그가 생각나는데요, 주제는 개와 관련된 것이었죠. 사람들이 개를 사랑하고,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그리고 몸보신용으로 개고기를 무척이나 많이 먹으면서도 모든 부정적인데 '개'자를 붙인다고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개새끼,' '개판이 됐다', '시어머니 역정에 개배때기를 찬다', '개 같은 세상', '개 같은 인생', 등등.
우리가 이렇게 개를 욕하고 비하하는 속에서도 '개처럼 살자'가 자기의 인생철학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서울에서 사는 광고인 박웅현씨인데요, 그는 자기의 인생관을 묻는 질문에 '개처럼 사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답했습니다.
개 같은 인생을 산다는 것은 아니고요, 개들이 현재에 집중하는 장점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즉, 개는 주인이 오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밥을 주면 그 밥을 먹는 데에 온 신경을 쏟는다는 거죠.
어제 꼬리를 잘 못 흔들지 않았는지, 잠을 자면서 내일의 일을 걱정한다든지 하지 않고 먹을 때 밥만 먹고, 잠을 잘 때 잠만 자는, 지금에 집중하는 개의 방식에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라'는 구호, 오늘은 없이 내일만 기다리라는 노동당의 요구와 정반대되는 인생관이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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