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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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 특히 트럼프 미행정부의 대중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초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강력한 대북압박을 위해 군사적 공격가능성을 꺼내든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00일이 거의 되어옴에도 좀처럼 북한의 핵개발 의지에 변화가 없고, 중국의 석탄수입은 일단 중단되었지만 오히려 북한으로부터의 철광석 수입이 340%까지 증가하면서 중국의 북핵 해결의지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대중압박에 더 다가섰습니다.

지난달 29일 대만에 14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도 승인했고, 미 재무부는 지난 2005년 마카오 BDA은행과 비슷한 제재인 중국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국과 이 은행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조치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2017년 인신매매보고서'를 지난달 27일 발표해 중국을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 4년 만에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조치는 중국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지자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짜증이 극에 달해 나온 조치라는 해석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백악관은 최근 연이은 중국에 대한 조치가 보다 강력한 대북압박을 주저하는데 대한 응징은 아니라고 하지만, 백악관 안팎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죠.

또한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자기의 사활적 이익을 걸고 있는 영유권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해군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또 펼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주변 12해리 안으로 미국이 군함을 보내는 무력시위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에는 미 해군 구축함 '듀이'가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주변 12해리 이내 해역을 통과했죠.

이번에는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테텀'이 중국이 점령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 서사제도에 있는 트리톤 섬 12해리(약 22㎞) 이내의 바다를 항해했습니다. 이에 중국 군함이 추격하기도 했고요.

미국의 이번 작전 역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력 증강을 허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누가 봐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남북에 모두 잘 통하는 이런 말이 있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남한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을 차지하고 국력이 수십 년 전에 비해 비할 바 없이 강화됐지만 사실 미중과 비교하면 아직도 새우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부에서는 곱등어 쯤은 된다고 하기도 하지만요.

과연 미국과 중국이 자기의 사활적인 이해관계로 군사적 충돌까지 갈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 고래싸움의 희생물로 또 한반도가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단지 우려로 끝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