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자식이 부모를 꼭 닮은 행동을 할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의 주제로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는 속어도 씁니다.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먹구름은 갈라지고 눈사태 쏟아진다, 김정일장군님 불호령소리에 번개가 내닫는다, 골마다 깨여진다, 우뢰소리,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바람은 울부짖고 돌사태 내린다, 김정일장군님 신묘한 지략에 적진이 무너진다, 원쑤들 비명친다, 우뢰소리,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새벽하늘 열리고 태양이 솟는다, 김정일장군님 령도를 따라서 조선은 나아간다, 사회주의 나아간다, 우뢰소리,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백두산 3대장군’ 김정일을 찬양한 노래입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북한사람들은 우상화노래를 부를 때면 보통 의미를 새기지 않고 그냥 따라 하기 때문에 가사를 모를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평생 부르는 ‘김일성장군의 노래’가사도 잘 생각나지 않죠.
이 글을 쓰면서 정일봉의 우레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가사를 한번 음미해 봤더니 정말 요란하긴 요란하네요. 먹구름이 갈라지고, 눈사태 쏟아지고, 번개가 내닫고, 골마다 깨지고,,, 정일봉의 우레는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김정일의 아버지 김일성은 축지법으로 유명합니다. 동쪽에서 소리 내고 서쪽을 치고, 땅과 하늘을 주름잡아 일제침략자들과 맞서 싸웠다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6.25전쟁 때도 마찬가지구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김정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죠.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며’ ‘천재적 군사전략가’인 그는 총을 쏴도 모두 한 구멍으로만 관통시키는 ‘명사수’입니다. 한발만 맞히고 다른 총알은 다 ‘물 먹으로 보낸 게’ 아니고 한구멍에 열 발이면 열 발, 백발이면 백발 다 관통시킨다나요.
또한 골프도 얼마나 잘 치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그는 홀인원의 귀재이기도 합니다. 홀인원이란 수백 미터 떨어진 10cm정도의 구멍에 공을 한번 쳐서 단번에 넣는다는 얘기입니다. 프로골퍼라도 평생에 한번 할까 말까한데 생애 최초로 골프장에 나가 11개의 홀인원을 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천재’들만 모인 집안이니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은 또 어떻고요. 군복무도 하지 않은 그는 벌써 ‘포사격의 귀재’가 되었고 하룻밤 사이에 ‘천재적 장군’의 능력을 인정받아 왕별 4개를 달았습니다.
이는 어릴 때 그가 발휘한 ‘천재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3살 때 벌써 총을 쏴 목표물 20개를 모두 맞추었다나요. 그리고 5살 때는 자기 아버지의 아버지 김일성이 썼다는 한시를 베껴 쓸 정도로 영리했고요. 스위스 유학할 때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했고 앞으로 중어, 일어, 러시아어를 공부해 7개 나라 말을 습득할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대단, 대단합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어리신 나이에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무조건 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를 다른 물방울과 합치면 둘이 아니라 더 큰 하나가 된다’고 했다는 ‘천재성’도 아들 김정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근에는 3대세습의 주인공이 돼서인지 김정은 생가를 평양시 강동군에 꾸린다고 합니다. 혹시 그 주변에 산이 있으면 큰일입니다. 정일봉의 우레가 세상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데 여기 서까지 김정은 우레가 울면 붙어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아마 이번에는 우주도 흔들릴 텐데요.
근데 산과 강을 가르는 그 어려운 호령을 치지 말고 쌀과 물, 불이 나오는 가벼운 호통을 좀 치면 어떨까요? 인민생활에 보탬도 되게.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