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건강에 더 크게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습하고,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다 보면 기도 많이 빠지고, 그래서인지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삼복더위 기간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짜냈죠. 그것이 바로 보양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보양식은 단고기입니다. 평양에서는 삼복더위기간 국물이 발등에 떨어만 져도 보양이 된다고 열광합니다. 그리고 평양에서 닭곰으로 통하는 삼계탕이 있습니다. 세계인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단고기 식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 중국과 북만주, 지금은 베트남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죠.
고대 중국에서는 6세기까지 보신탕을 먹었지만 그 후 중국 문헌에서 기록이 사라지게 되는데요, 이유는 북방 유목민족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목축에 개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신탕을 기피했을 거라네요.
요즘은 음식도 세계화 추세이고, 문화적 교류에서 국경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단고기 식용은 점차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요리문화가 발달해 '4개의 다리가 달린 것은 책상을 제외하고는 다 먹는다'고 하는 중국의 여름보양식은 무엇일가요? '불도장'과 '거북탕'이 대표적입니다.
'불도장'은 중국 청나라 때 만들어졌는데, 절에서 수행하던 스님들도 이 냄새를 맡으면 담을 넘어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잉어부레, 사슴 힘줄, 동충하초, 상어 지느러미, 해삼, 도가니, 송이버섯, 관자, 전복, 죽순, 은행, 새우 등 값비싼 재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 황실에서만 만들어 먹었다 네요.
'뱀탕을 먹을 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먹고, 거북탕은 내일을 위해서 먹어라' 라는 말처럼 거북탕은 사람의 건강을 점진적으로 회복시켜주는 동시에 기력을 증진시켜주어 꾸준히 몇 번 이상 복용할 경우 그 회복되는 감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보양음식은 장어입니다. 많은 북한사람들이 한 때 실뱀장어 잡이에 열을 올렸었죠. 외화벌이를 하려고 말입니다. 장어는 정력에 좋다는 설도 있어 일본인들은 복날에 즐겨먹는답니다.
1년 내내 더운 여름이 계속되는 나라 베트남에는 '라우제'라는 보양식이 있습니다. 13가지 약재를 고아낸 사골국물에 부추, 쑥갓, 시금치 등 43가지 재료와 양고기를 같이 넣고 끓인 일종의 탕 요리로 우리나라의 신선로와 비슷합니다. 베트남 왕족, 특히 다산으로 인해 보양이 필요했던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산후조리용 궁중음식이라고 합니다.
필리핀에는 '발릇'이 있습니다.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을 삶아 놓은 것으로, 이것의 껍질을 깨보면 새끼의 날개나 부리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유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탈리아는 파스타를, 프랑스는 푸아그라와 에스카르고 요리를 보양식으로 먹는다지만 유럽대륙을 대표하는 보양식으로는 단연 '굴'이 1등입니다.
예로부터 '바다의 밀크'라고 불리며 정력에 최고로 여겨왔던 굴은 로마의 황제들과 로맨티스트이자 모험가였던 카사노바가 즐겨먹었던 건강식이었답니다. 서양에서 날 것으로 먹는 거의 유일한 해산물이기도 하죠.
아무쪼록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 이번 무더위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나시길 바랍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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