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며칠 전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는 전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된 탈북여성이 출연해 자기의 남조선생활에 대해 증언을 했습니다. 2014년 탈북해 남조선에 왔다가 올해 6월에 다시 자진 입북했다는, 서울에서는 임지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20대 여성입니다.
돈도 잘 벌고, 더 잘살 수 있다는 헛된 상상 속에 남조선에 왔다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만 받았고, 술집 등에 전전긍긍했다는 식으로 진술했죠.
또한 남한종편인 TV조선의 유명프로그램인 '남남북녀'에 출연해 북한 포부대 출신으로 맹활약을 했었는데 이것도 모두 대본이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진짜 본인말대로 자진 입북했는지, 아니면 어떤 낚시에 물려 납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민족끼리 화면상으로 보면 서울에서 TV출연할 때 보다는 눈가에 근심걱정이 가득해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어떤 언론에 출연하든, 특히 대남방송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철두철미 당국이 원하는 소리, 또는 강요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북한에 사는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요즘 탈북자들 사이에선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종종 생기고 있는데요, 2015년에 서울에 왔다 다음해 북한으로 돌아간 40대 강모씨도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해 대남선전에 이용당했고, 최근에는 부인을 데리고 다시 탈북해 남한으로 오는 기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탈북했던 김광호, 김옥실부부도 2012년 재입북해 평양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는데요, 그러다 2013년 6월 중국으로 재탈북했으며 서울에 다시 와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 때문이죠.
제가 알고 있던 북한이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선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에 와 언론매체를 통해 반공화국 선전을 악랄하게 감행하고 돌아가도 정치범수용소나 징역형을 살게 하지 않는 것도 기이하고, 대남선전에 써먹은 후 또 이들이 탈북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게 놔두다니, 체제가 변했는지 아니면 당국의 통제력이 그만큼 약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과거 많은 탈북여성들은 먹고 살기 위해 또는 자기 자식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푼돈에 팔려가면서도 중국으로 탈출을 했었죠. 이들의 삶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마치도 개나 돼지처럼 팔려 다니고 설사 한족이나 조선족과 결혼을 하고서도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북송의 걱정 속에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이것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돼 현재 북중 국경지대에 떠돌고 있는 아빠 없는 자식들, 국적이 없는 탈북여성들의 자녀들이 수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북한에는 이런 정치구호가 있죠. '착취 받고 압박받던 지난날을 잊지 말자!'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재 탈북 사례를 살펴보면 이 구호를 바꾸거나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왜냐면 보통 가난보다는 풍요를 더 잊기 어렵다고 하니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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