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라,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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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리게 되는 제17차 아시안게임에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이 참여할지가 큰 이슈꺼리입니다.

며칠 전 판문점에서 양측의 협의가 열렸었는데 북한이 오후에 갑자기 남측의 문제제기에 트집을 걸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 회담이 결렬되었습니다.

이후 김정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는 축구 대표 팀의 경기를 관람하면서 남북체육 교류가 정치적 이용물에서 벗어나 남북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해 남북 사이 실무회담이 다시 열리고,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이번 아시안경기를 대하는데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정치적으로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입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도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문제가 응원할 때 쓰일 공화국기 사이즈, 한반도기 사이즈였죠.

그리고 예산문제였습니다. 북한은 '편의제공'이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체류비용을 부담할 것을 바랐지만 사실 지금까지 해 오던 관행대로 북한이 보내고 싶은 인원만큼 보내고, 남측이 이에 감지덕지해 가능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죠.

대표단 파견도 서해 항공로, 판문점 육로, '만경봉'호의 동해상을 경류한 인천항 정박 등 육해공을 망라하고 있어 매우 공세적입니다. 마치 '욱 밀고 내려와 타고 앉는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거겠죠.

또한 올해 신년사부터 김정은이 공세적으로 벌이고 있는 대남혁명의 강온전략에서 뭔가 '통이 큰 지도자, 대담하고 대범한 지도자'로서의 결실을 맺고, 역사에 업적을 남기기 위한 욕심에서일겁니다.

한쪽에서는 동서를 가로지르면서 미사일, 포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시아적인 잔치 상에 축의금도 내지 않고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참가하겠다고 하니 김정은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남북체육교류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입니다. 당시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1975년 캘커타에 이어 1989년 도르트문트까지 세계선수권을 8연패한 중국을 꺾고 우승해 세계탁구역사에 새로운 장을 아로새겼었죠.

또한 같은 해 포르투갈에서 진행된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단일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 조인철의 결승골로 우승후보였던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격침시키면서 8강의 신화를 썼으니까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북한참여 성사로 '이겨라,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라는 미녀응원단의 응원소리를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됩니다.

그리고 남북의 응원문화차이, 서로 다른 발전상에 대해서도 배우는 계기가 되겠죠? 서울에서 최대의 관심사로 되는 응원문화는 치어리더들의 환상적인 춤입니다. 경기 내내 쭉 빠진 처녀 무용수들이 나와 각이한 의상과 장식물을 들고 응원을 펼치는데 사실 경기보다는 이들을 보러 오는 관객들도 많답니다.

2002년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룬 한일월드컵, 세계축구선수권대회 때 선보인 '붉은 악마'응원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응원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서울에서 수십만 명이 공산주의의 상징인 붉은색 옷을 입고 응원을 펼치는 것도 참 신기하죠? 하긴 남한정치의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상징색도 붉은색인걸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