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날아가는 돈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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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외부에서는 북한이 조작한 대동강 수해사진을 놓고 논의가 분분합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사진을 임의로 변경시킬 수 있으며 이를 일명 '뽀샵'이라고도 합니다.

사건은 미국의 AP통신사가 조선중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을 전 세계로 송출한지 하루 만에 '변형됐다'며 삭제해 줄 것을 통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AP통신사는 최근 서방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에 종합 취재지국을 개설키로 해 이번 일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북한식 기준'으로는 특파원이 들어오도록 '특별히 배려'를 해주었는데 '웬만하면 모르는척하지' 하겠지만, 신뢰와 객관성, 사실을 생명으로 하는 자유세계, 자본주의언론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허위사진 같은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폭우로 침수된 대동강주변 도로를 주민 7명이 걸어가는 문제의 사진에서는 '다리 부분이 깔끔하고 바지에 흙탕물이 튀어 젖은 부분이 없다'는 점과 특정수면을 복사해 붙인 점, 물 수위만 높이고 발목주위 그림자를 미처 지우지 못한 것 등 조작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여러 곳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건을 계기로 지난시기 불거졌던 북한의 유사한 사진조작들이 다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제사회에서 건강이상설이 확산되던 무렵인 2008년 10월, 11월경에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이 있는데요, 하나는 10월에 여성 포 중대를 시찰했다지만 배경에는 여름철 같은 녹음이 우거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군인들과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인데 김정일과 군인들의 그림자와 배경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북한의 이번 실수는 결국 과거의 조작설들을 모두 증명해 주는 꼴이 됐습니다.

국제사회가 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왜 그랬을까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월말 태풍 메아리가 북상했을 때 북한은 수해상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이번 비는 농사에 말 그대로 복비'라고 했습니다.

총련의 조선신보는 외부의 큰물 피해 주장을 '선군조선의 진군에 속이 뒤틀린 자들의 약삭빠른 소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김정일을 더 건강하게 보이는 사진도 아니고 수해사진을 조작해가면서까지 부풀리려 했을까요.

대부분은 북한이 외부의 동정을 사 더 많은 지원, 식량을 끌어들이려 한 짓이라 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내년 김일성생일 100돌, 강성대국을 노린 구걸용'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와 정부들에 식량을 달라고 많이 요청하기도 했죠.

저는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자연재해와 사고, 인명피해를 원천으로 국제재보험에 가입해 많은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맡아 본 대외보험총국, 현재 대외적으로는 '조선국영보험회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해마다 보험보상금으로 수천만 달러씩 벌고 있으며 김정일 생일 때면 선물로 2,000만달러의 현금을 그에게 상납하고 있습니다.

100만달러씩 들어가는 트렁크 20여개에 넣어서 말입니다. 이 돈은 중앙은행 금고로 가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2월 16일 경에 기름 냄새가 확확 풍기는 '왕 딸라' 새 지폐 더미가 들어오면 동북아시아은행과 보험총국에서는 경비를 서느라 난리가 납니다.

우리는 이 일을 일명 '날아가는 돈을 잡는다'고 표현합니다. '한해 농사'라고도 하구요. 사실 공중에 널린 눈먼 돈, 공짜 돈을 머리를 잘 써 번다고 자만해서 붙인 말인데 실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이번 수해 같은 것이 원천입니다.

결국 북한에서 사고가 많이 나면 날수록, 자연이 파괴되면 될수록, 그것을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그리고 인민들이 피해를 입으면 입을수록 보험총국은 더 많은 달러를 벌며 김정일의 주머니는 계속 불어나게 돼있습니다. 핵과 미사일, 측근 선물용 돈을 대주는 셈이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