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계십니까, 우리의 장군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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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일요일은 6.25전쟁이 종식된 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 '전승기념일'로 자처하고 있는 7.27을 맞으며 북한의 방방곡곡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이 날이 다가오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노래가 바로 북한에서 불후의 고전적 명작으로 잘 알려진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의 장군님'이라는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 장군님은 어디 계실까. 창문가의 불 밝은 최고사령부, 장군님 계신 곳은 그 어디일까.

적후천리 밀림 속, 밤은 깊은데, 우리의 장군님은 어디 계실까. 가을바람 찬바람 불어올수록, 따사로운 그 품이 그립습니다.'

일시적 후퇴시기 적의 후방에서 모진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북녘하늘의 북두칠성, 최고사령부만을 우러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겨내 마침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수령칭송, 그에 대한 절대적 충성의 노래입니다.

북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인민배우 김광숙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정말 노래를 잘 부른다고 감탄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인민들 속에서는 이 노래 제목을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의 장군 놈'으로 개사해서 바꿔 부른다면서요. 나라를 3대 째 김씨 가문의 노예 왕조로 만들어 놓고, 경제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 백성들을 촐촐 굶게 만들어 놓고, 또 조선 처녀들은 중국에서 돼지처럼 팔고 사는 처지로 만들어 놓고는 지금 어디 갔는가라는 절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럴 진데 다른 한편 공식석상에서는 과거에 비해 더욱 호전적인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죠. 얼마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하다 군 총정치국장이라는 차수별을 벼락 치듯 단 황병서는 김일성, 김정일 시신 앞에서 단행된 육해공․전략군 결의대회에서 미국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미제가 핵 항공모함과 핵 타격수단으로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려 든다면 우리 군대는 악의 총본산인 백악관과 펜타곤을 향하여, 태평양 상의 미제 군사기지와 미국 대도시들을 향해 핵탄두 로켓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네요.

2군단장인 김상룡 육군 중장은 '군단 장병들이 가소롭게도 흡수통일과 평양점령을 꿈꾸는 미제와 청와대 얼간망둥이들에게 진짜 전쟁 맛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남녘 해방의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리도 또 이상한 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혈맹, 항미원조 보가위국'을 내세우면서 조․중 친선을 강조했고, 김정은이 직접 나서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올해는 중국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중국인민의 아들딸들은 조선전선에 달려 나와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언제나 잊지 않고 있다'고 하던 과거와 너무도 달라진 태도입니다.

아마도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김정은을 만나지도 초청하지도 않고 대한민국 서울을 방문한 사실에 무척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기회만 되면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 '미국의 횡포를 묵인'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