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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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서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많은 것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8월 14일 도착해 4박 5일간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데요, 방문기간 조국광복절인 8.15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 한민족에게는 더욱 특별한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신도들도 초청을 했었죠. 그러나 북한은 정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8월 17일 우리가 모두 잘 아는 명동성당에서 그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하게 되는데요, 그때 그가 분단된 우리 한반도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할지,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크게 기대가 됩니다.

사실 북한의 정서상으로는 교회나 종교가 뭐 그리 대단한지, 그리고 로마 가톨릭교황의 방문과 그의 말이 뭐 그리 중요한지 하겠죠. 그러나 기독교 교파중의 하나인 이 교는 세계최대교로서 세계인구 17%가 넘는 약 12억 명의 신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또 북한에서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 '제국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의 첨병, 앞잡이'라고 낙인찍고 있고, 선교사들을 '인간의 탈을 쓴 흡혈귀, 악마, 승냥이,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에 잘 알려진 일화가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죠. 평안남도 순안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인 선교사가 사과를 주운 한 어린이를 개로 물어뜯게 하다못해 그의 이마에 청강수로 '도적'이라고 새겼다는 내용입니다. 선교사를 '흡혈귀', '악마'로 만들었고 이를 묘사한 각종 그림들도 있습니다.

김일성 노작, 그리고 북한잡지 '천리마'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지난날 선교사의 탈을 쓰고 조선에 기어들었던 미제 승냥이 놈이 조선의 한 어린이가 사과밭에 떨어진 사과 한 알을 주었다고 하여 그의 이마에 청강수로 도적이라고 새겨놓는 천인 공로할 만행을 감행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것이 미제 침략자들의 승냥이 본성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교회사에 알려진 가장 불미스러운 '허시모 사건'인데요, 하지만 그동안 이 사건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알려져 왔다 네요. 허시모가 소년의 얼굴에 영원히 글씨를 남기려 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가 쓴 약품도 염산이 아닌 초산은이었고, 그리고 처음부터 작정한 것이 아니라, 배상을 받기가 어려워지자 '징벌'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는군요.

북한에서 악의적으로 묘사하고 서술하는 기독교, 종교는 사실 북한이 선전하는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각종 작품을 통해서 비꼬는 '한 쪽 뺨을 맞으면 또 다른 뺨을 원수에게 내밀지어다.'처럼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설교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입니다.

조건부적인 사랑과 용서로는 결코 평화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고 인간의 삶이겠죠.

교황으로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딴 성 프란치스코(1181~1226)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나는 가난이라는 부인과 결혼했다'며 평생 빈자들을 위한 삶을 실천해 성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으로 전용차와 관저도 포기하고 사상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을 상대로 세족식을 벌이는 등 즉위 직후부터 권위를 내려놓은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종교를 그렇게 미워하고 거부하는 것은 종교가 김일성주의, 주체사상보다 더 큰 사랑과 믿음,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