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외부에선 영국에서 10년 동안 외교관을 지낸 북한 태영호 공사의 서울망명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유는 우선 그가 1997년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대사 다음으로 외교관으로는 높은 직위의 인물이고, 부부가 모두 북한의 빨치산 가문출신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앞으로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부인인 오혜선은 호위총국장을 지낸 빨치산 오백룡가문 사람이라네요.
또한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김부자 우상화, 대외선전선동을 도맡아 왔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증거들이 유튜브를 포함해 많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충성분자가 망명했다는 거죠.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중국에 유학해 중어, 영어공부도 했고, 덴마크로 파견돼서는 1호 통역을 위한 민족어 교육도 받는 등 북한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것, 그리고 그의 둘째아들이 공부를 잘해 곧 영국의 명문대에 진학할 예정이었다는 배경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의 4차 핵실험, 강경한 핵미사일 개발정책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매우 강경하게 대북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터져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최근 북한의 엘리트 계층의 이탈과 균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요?
북한은 망명이 확인된 후 나흘 만에 격한 반응을 내보냈습니다. 태공사가 국가의 많은 공금을 횡령했고, 비밀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자도 강간해 그 처벌이 두려워 가족들과 함께 도주했다고 했습니다. 파렴치한 범죄자로 매도한 것이죠.
지금까지 써먹던 상투적인 수법입니다. 범죄자로 매도하거나, 남한에 의해 납치됐다고 하거나. 아무래도 외교관이 자기 나라를 버리고 망명을 하고, 그것도 최근 다수의 북한 고위층 관료들이 북한을 버리고 떠나는 사태가 겹겹이 발생하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이것은 북한의 대외적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북한 엘리트 계층과 주민들에게도 큰 심리적 타격이 될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긴 망하려나 보다.' 또는 '나라에 문제가 크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라는 동요 확산과 함께 이를 증명해주는 꼴이니 말이죠.
1997년 이집트대사가 망명했을 때 그리고 '꽃 파는 처녀'의 주인공 역을 했던 그의 부인 인민배우 최해옥이 같이 망명했을 때 북한외교가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했었죠.
'그이께선 건강하십니까?' '김정일장군님께선 건강하시냐?'라는 인사인데요, 장 대사가 파견돼 있는 기간 방문하는 북한간부들마다 제일 먼저 물어보았다는 충성의 안부 인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사람이 도망쳤다고, 사람은 모를 일'이라고 혀를 내두르곤 했죠.
지금 사태를 보면 사실 김정은만 빼고, 김씨가문 가족들이나, 빨치산 가문, 중앙당 가족이나 대남공작 요원 할 것 없이 모두가 북한 탈출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좀 있으면 누가먼저 선수를 치나 경쟁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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