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행은 서비스가 아닌 통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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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의 은행제도가 외부세계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북한에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 있죠. '원에 의한 통제.' '국가외화관리기관.' '재정 통제기관.' 모두 은행과 관련된 표현들입니다.

최근 북한의 경제전문지 '경제연구' 2014년 3호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한 독자경영체제 도입배경 속에서도 은행들의 경영활동 통제기능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실린 논문제목이 '은행의 역할을 높이는 것은 경제 강국 건설에서 나서는 중요한 요구'인데요, 은행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은행은 모든 기관, 기업소들이 은행에 돈자리(계좌)를 두고 화폐거래를 주로 은행을 통해 진행하는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상대적 독자성을 가진 기업소들의 경영활동을 통제한다.'

또한 논문은 북한 은행의 기능에 대해 공장, 기업소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과정에 국가자금이나 자체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면 은행은 기업과 주민의 수중에 남아 있는 유휴화폐자금(여유자금)을 동원해 기관, 기업소에서 모자라는 자금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도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화폐의 구매력을 높이고 그 원활한 유통을 보장하기 위한 통화조절은 은행이 진행한다면서 '중앙은행이 발권과 통화조절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적극 장려하는 것과 같은 시장화 조치를 취하는 속에서도 은행을 통한 경영활동 통제를 강조한 배경에 대해 외부 북한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이 독자경영체제 도입 후 기업 간 격차가 심해져 이를 은행을 통해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지로 자재 수입과 생산, 판매, 노동자 월급과 복지 등 경영권을 개별 기업에 더 부여한 독자경영체제 시행 이후 북한에서는 능력 있는 공장의 노동자와 생산실적이 낮은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100배 이상 차이나는 등 기업 간 격차가 매우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를 '은행의 원에 의한 통제를 통해 기업들이 골고루 성과가 나오도록' 조정하고,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의 여유자금을 은행이 흡수해 이를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배분'하는 방법으로 즉, 은행의 기업경영활동 통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해소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이 주장하는 중앙은행은 발권, 통화조절기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재정, 금융통제를 강화하고 유휴화폐를 최대한 동원해 이것을 필요한 기업에 융통해 주어 인민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원칙과 기능은 어제 오늘,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

북한에 사회주의적 금융제도가 도입될 당시부터 계속 강조되고 지켜오던 원칙이죠.

좀 더 통속적으로 평가하면 이렇습니다. 북한은 단일은행제도를 도입해 중앙은행이 원화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합니다. 그리고 외화는 조선무역은행을 통해 관리했죠. 김정일이 자기 사경제인 39호실, 38호실, 2경제위 등 '궁중경제'를 확산시키면서 이 기관들이 각기 자기의 외환은행들을 가져 외화와 관련된 유일관리시스템은 파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은행은 서비스기관이 아닙니다. 1기관, 1은행, 1계좌 원칙에 따라 모든 기관들은 은행을 통해서 재정적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은행이 갑중의 갑인 것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