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서 아 하면 아 하고 오 하면 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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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죠. '당에서 아 하면 아 하고 오 하면 오 해라!' 당의 공식적인 구호는 아니지만 당 비서들이 당원들을 비판하거나 통제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척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삼척동자도 알겁니다. 개인들은 자기 생각, 잡생각 다 걷어치우고, 말을 해도 당이 요구하는 대로, 당에서 시키는 말만 하라는 거죠.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당의 앵무새가 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방침관철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습니다. 왜냐면 남쪽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려 보내는 삐라 때문입니다.

남한은 지난 8월 15일 박근혜대통령의 경축사를 통해서 북한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는데요, 그때부터 무려 1달 동안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던 북한이 지난 13일 고위급 접촉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삐라(대북전단)살포를 비롯한 반(反)공화국 심리모략전 행위부터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남한정부는 즉각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우리 체제의 특성상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우리 국민의 표현 및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에서도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며 '북한은 억지주장을 되풀이 하지 말고 대화에 조속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담화에서 남한정부가 당국차원에서 전단 살포를 실시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른바 '풍선작전'이라는 군사작전으로 명명해 현지 군 무력을 동원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당연히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했습니다.

북한이 왜 원시적인 방법으로 비닐주머니에 바람을 넣어 남한 민간단체들이 보내는 삐라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일가요? 그것도 남북 고위급접촉 전제조건으로까지 거론하면서 말이죠.

사실 대북삐라는 남한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이 만들어 보내고 있습니다. 남한단체들은 거의나 관여하지 않고 있죠. 그리고 정부도 이에는 크게 무관심합니다. 오히려 북한이 말썽을 피우면 탈북자들이 좀 자제하도록 막는 편이죠.

그리고 삐라도 바람방향이나 속도를 잘 맞춰야 보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역류해 남한에 떨어지거나 바다로 흘러가기가 일쑤죠.

그런데도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삐라의 내용 때문입니다. 삐라에는 현재 김정은의 가족내력, 김정일의 사생활, 그들의 사치 등 북한에서는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미 달러도 1달러씩 매달려 보냅니다. 때론 개성공단에서 그렇게도 유명한 초코파이도 보내고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소형라디오도 매달아 보냅니다.

백두혈통이라고 선전하는 김정은이 사실은 오사카 출신 '째포'여인의 아들, 그것도 김정일의 정실이 아닌 첩의 아들이라는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고, 김정일이 최소한 8명의 처를 거느렸다는 얘기, 이런 것 때문에 아마도 북한당국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노동당의 명제를 빌어 얘기하면 김정은이 이것을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손바닥으로 과연 하늘의 태양,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