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첫째 딸을 낳으면 금메달, 둘째를 또 딸을 낳으면 은메달 감, 그러나 아들만 낳으면 목메달'이라고 하죠. 모든 가정이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들, 딸을 대하는 전반적인 사회세태를 보여주는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북한에도 비슷한 말이 있죠. '아들만 있는 집은 국제고아다.' 예전에 아들을 낳아주지 못한 며느리는 평생 죄스럽게 살거나, 집에서 내 쫒길 정도로 남아선호현상이 지독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현실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어느 가정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죠. 첫 자식으로 아들을 보지 못하자 다음에 아들을 꼭 낳으라는 의미에서 '일남'이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또 딸을 낳자 '이남'이, 셋째는 '삼남'이, 이렇게 '팔남'이까지 갔다 네요. 9번째는 '후남'이라고 이름을 지어서야 겨우 아들을 보았다고 합니다.
어느 집은 아버지가 딸 이름대신 '또 딸', '또 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죠.
그러면 지금은 남북이 모두 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요. 딸들은 집안세간을 싹쓸이 축내는 '도둑 놈'이라 하면서도 말입니다. 아마도 부모님들이 딸들과 함께 사는 것이 더 편하고, 며느리와의 갈등도 피할 수 있어서인가 봅니다.
또한 맏아들은 '묘주'라고도 불렀죠. 부모들이 사망하면 묘를 지켜줄 아들이 있어야 떳떳했고, 또 찾아와 술이라도 한잔 부어주는 자식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많이 집착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화장을 많이 해 이것도 크게 의미가 없어지고 있죠.
여러분들은 '금메달, 은메달'을 몇 개를 따셨습니까?
메달 말이 났으니 말인데 지금 평양에서는 아시아역도경기가 진행 중에 있죠. 이번 계기로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 국기가 평양에 게양되고, 또한 남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이것도 예전에 비해서 하나의 큰 변화입니다.
과거 북한은 이를 피하기 위해 평양에서의 국제경기주최도 마다했었죠. 아마도 지금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 같기도 하고, 또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완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공동주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이외에도 북한에서는 예전에는 없었던 일들이 많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8월 28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된 남자 1급팀 축구경기, 4.25팀과 민방위부서의 선봉팀이 결승전을 했는데, 선봉팀이 이겼었죠.
그런데 얼마 후 부정행위를 이유로 선봉팀의 1위가 박탈됐습니다. 김정은이 관람한 경기결과였는데 이를 이례적으로 신문에 내기도 했고요. 아마도 선봉팀에 부정선수가 끼워 경기에 참가한 모양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에서는 이런 일들이 많았죠. 체육단 전문선수 또는 은퇴자를 데려와 문서를 위조해 참가시키기도 했고, 경기 며칠 전에 간부사업을 해 기관에 받아들인 다음 경기에 참가시키기도 했습니다.
보통 경기시작 전에 공민증과 문서를 대조하고, 모든 인맥을 활용해 확인과정을 거치는데 이번에는 미리 적발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최룡해가 힘을 써서 결과를 뒤집었다는 설도 있지만 아무튼 많은 것을 투명하게 하고, 또 이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더없이 좋은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남과 북이 모두 이번 역도경기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많이 따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희망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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