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제식당과 북한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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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관련 뉴스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부터 일명 '5.30조치'로 북한 내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자율 경영권이 대폭 확대되는 새로운 경제조치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부쪽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인민반까지 포치가 됐다니 아마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아마도 북한에서 지금까지 취한 경제 변화조치 가운데서 가장 파격적이고 진전된 조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토지개혁을 포함한 과거 수많은 사회주의적 개조를 통해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3.7제가 아니라 이번에는 4.6제 방식이라는 데요, 국가에서 수익의 40%를 가져가고 개인이나 기업소가 나머지 60%의 처분권을 가진다고 하네요.

각 공장, 기업소, 무역회사, 상점 등 공업부문 뿐 아니라 농민들의 경작과 수확에서도 자율권을 부여한다고 하는데요, 농민들도 총 수확량의 60%를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 분조관리제를 좀 더 세분화시켜 가족 당 일인 1000평 기준으로 땅을 배분하고 농사를 짓도록 하였다는데요, 기존의 '밭갈이하는 땅은 밭갈이 하는 농민에게로!'의 구호 밑에 진행되었던 토지개혁을 방불케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시장 경제적 요소의 경제운영 시발점은 '합의제 식당'입니다. 식당 운영자와 손님과의 가격 합의, 국가기업과 자율적 식당 소유자와의 이윤배분율 합의, 식당 주인과 음식 또는 원자재 공급자와의 가격 합의 등이 도입된 내용입니다.

결과 국영식당, 대형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제한적 시간 내에 운영될 때도 합의제 식당들은 거의나 시장가격으로 자재구입과 음식 판매로 호황을 누리며 운영이 됐죠.

대부분의 단고기 식당, 불고기식당, 오리고기집이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됐습니다. 북한당국이 운영하는 모든 외화식당, 외화상점들도 본질적으로는 합의제성격의 운영입니다.

이것이 점차 다른 부분으로 확대가 됐죠. 대표적으로 당구장 운영인데요, 평양시 여러 곳에 합의제식당 형식으로 운영되는 오락시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관련 서비스로도 확산됐죠.

2002년 7월 1일부터 도입된 경제관리 개선조치 때도 초기에는 그 기대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창광거리 식당에서는 점수제가 도입돼 직원들이 식당에 파리가 날리면 점수 몇 점 삭감, 지각하면 몇 점,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거나 불평이 제기되면 몇 점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나니 모두가 아침 일찍 출근해 식당을 쓸고 닦고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게 되었죠.

농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들, 가족단위의 도급제가 확대돼 모뜨기 작업장에는 새벽 일찍 나가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일 열기가 대단했었죠. 조합농사보다 개인주의가 북한에서도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 우월한지를 나타낸 가장 단순한 결과였죠.

그러나 북한당국의 개혁에 대한 소극적 태도,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반발, 부실한 후속조치로 당시에는 처절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과정과 결과가 기다릴지 기대가 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