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자, 참자, 참자.' 이 말은 북한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열 받을 때 또는 어려울 때 속으로 이렇게 3번 참자만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군인들 뿐 아니라 전체 인민이 아마도 이 말을 써야 할 듯합니다.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고 노동당과 정부가 광고한지가 언젠데, 행복의 만 리는커녕 또 다른 고난의 만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참자를 세 번 하면 정말 참아지십니까?
북한에서 만기복무는 보통 10년이니 그야말로 청춘시절을 모두 군에서 보내야 하죠. 언젠가 남한 노무현대통령이 2년밖에 안 되는 남한에서의 군 복무도 '몇 년씩 군에서 썩힌다'고 발언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됐던 적도 있습니다.
2년도 청춘을 썩히는 것이라면 북한에서의 10년은 그야말로 일생을 군에서 썩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긴 세월 군복무기간 참을 일도 참 많습니다. 상관의 욕설과 기압, 구타, 반복동작, 훈련, 새벽 농사일. 이 중에서도 제일 괴로운 것은 밥 먹기 전에 기압을 받고 반복 훈련하는 겁니다. 먹을 땐 개도 뭐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땐 정말 괴롭죠.
또 싫은 것은 취침 전에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먼지투성이 매트리스를 메고 진지로 몇 번씩 오르내리면 정말 화가 많이 납니다.
반복훈련이 끝나고 식당에 들어가 밥그릇을 내려다보면 또 참자를 세 번 해야 합니다. 보통 식당근무성원들은 밥알을 세운다고 하죠. 적은 것을 될수록 많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밥주걱으로 최대한 밥을 굴려서 세우죠. 그래 받자 식기에 수평도 안 돼는 푹 꺼진 폭탄 밥입니다.
폭탄을 맞아 웅덩이가 생긴 것을 비유해 생긴 말이죠. 또는 대패 밥이라고도 합니다. 얇게 썰어 얇게 깔아놓았다는 뜻이죠. 그래서 보통 식당근무 당번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때는 기름을 한 식기 닦아서 원 없이 밥에 말아 먹고, 떨렁 밥도 해 이밥을 양껏 먹습니다. 운 좋게 명절에 걸리면 고기도 실컷 먹죠.
사실 평상시 기름기를 먹지 못해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설사로 더 손해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이라도 잠시 즐겁습니다.
주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영양실조에 걸려 반병신이 돼 병원에 실려 가도 또 괴롭습니다. 이번에도 참자를 3번 억세게 해야 하죠. 이들은 평생 영향을 받아 고생해야 합니다.
요즘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선군정치는 북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한다고요. 왜냐고요? 여기서는 군인들에 대한 대우와 예우가 대단합니다.
우선 군 복무 20년 이상을 채우면 모든 사람들이 사망했을 때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군인들 월급도 오르죠. 상병이 한 달에 13만 4,600원, 약 130달러 정도 생활비를 받습니다.
먹는 것은 이밥에 고기 국이 기본이고, 면회도 자유로워 사실 언제든지 결심만하면 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군에서 대학 강의도 계속 들을 수 있고, 인터넷에 컬러TV는 기본이고요. 아마도 북한 군인들이 여기서 군 복무를 하라면 모두 평생 하겠다고 할 겁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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