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남산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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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평양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들이 열렸습니다. 김정은은 서한을 보내 김일성종합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킬 데 대한 방침도 제시하였습니다.

우주항공•화학공업 등 첨단 분야 대학을 신설해라, 정기적인 국제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권위 있는 외국대학과의 공동연구도 추진해라, 그리고 외국유학생도 많이 받고, 박사원생 위주로 유학도 보내며 '김일성종합대학 학보'를 세계적 학술잡지로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실 과거 사회주의 동구권이 무너지지 않았을 때 김대에도 외국유학생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위험한 핵 불장난으로 국제사회가 사상최강의 대북제재를 가하는 마당에서 김정은 지시가 제대로 집행될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과학자, 기술자 양성목적에 앞서 특별한 사명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민족간부육성의 중심기지, 주체과학교육의 최고전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죠.

김정일은 망부 김일성을 수행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당시 소련 간부들이 유학을 추천하자 '우리에게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단호히 거절하고 종합대학에 다녔다죠. 이것도 그의 혁명력사의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또한 '해 솟는 룡남산 마루에 서니, 삼천리 강산이 한눈에 안겨온다. 이 땅에서 수령님 높은 뜻 배워, 조선혁명 책임진 주인이 되리. 아~ 조선아 너를 빛내리'라는 시, 노래 가사를 써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내 이려는 후계자로서의 야심도 드러냈습니다.

김일성시대를 항일빨치산 시대라고 한다면 김정일시대는 결국 룡남산시대가 됐죠. 물론 공개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북한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핵심계층인 김일성대 출신 졸업생들은 서울에도 많이 내려와 사회 곳곳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김일성대 총장을 지냈던 황장엽비서는 비록 지금은 사망하고 없지만 그의 망명으로 주체사상이 탈북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죠.

그리고 김일성대에서 교수를 하다 서울에 온 조명철은 탈북자 중에서 최초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이외에도 언론, 정부기관, 의사, 학자 등 사회 각계에서 많은 종합대학 출신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죠.

그리고 또 희한한 것은 모교가 있는 평양에도 없는 김일성대 총동문회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는 그 어떤 동향, 동창 등 사적인 모임, 조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들은 현재는 친목을 다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북한의 민주화와 형제들의 자유, 유족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선봉적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핵심계층인 룡남산줄기가 서울에서도 활동을 이어가면서 진정한 북한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힘을 축적하고 있는 셈이죠.

앞으로 평양에 김일성대 총동문회가 생길 날이 올 때까지 말이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