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의 ‘생활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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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세상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활 전선'이라는 특별한 말이 있습니다. 각자가 당과 국가의 공급, 배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이와는 상관없이 식의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은어입니다.

'생활도 전선이다.' 꼭 북한의 심사에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워낙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전시체제에서 사니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주민들은 전선에 서 있다고 표현하죠.

오늘도 열심히 생활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사시리라고 봅니다.

요즘 북한관련 뉴스를 보니까 군인들도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네요. 그 도가 외부의 시각에서 볼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한 끼 식사나 돈 몇 푼을 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군 기밀을 수억 원에 빼돌리고 팔아먹고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군 간부들이 발 벗고 나서 말입니다.

기밀문서 중에는 절대비밀 문서인 최고사령관 명령문건을 비롯해 '전시사업세칙', '법무일꾼 참고자료', '전자전 참고자료' 등의 문서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네요.

이 자료들은 주로 북중국경지대의 정보 상들에게 넘어가고 있답니다.

국경지대 병사들은 뇌물을 받고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데요, 월경자의 망을 봐주는데 중국 돈 1,000위안을 받고 보내준다고 합니다.

또한 함경북도 회령군에서는 보위부 군관이 뇌물을 받고 감시카메라 파일에서 탈북 장면을 삭제한 사실도 있다고 하네요.

사실 북한에서 국경경비대 군인들, 일반 군관들, 보위원들 속에서의 비리와 생활전선에서의 투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경경비대에서는 북한 돈 100만원 벌기운동이 벌어졌었죠. 그래서 일부만 너무 이익을 보기 때문에 부정비리를 근절한다거나, 근무환경을 바꾼다는 명목 하에 경비대 군인들을 서로 돌려가면서 국경에 보내기도 했죠.

그리고 과거에는 도강할 때 돈이 좀 부족하거나 모자라면 경비대원과 짜고 돌아오는 날짜를 약속해 후불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돈을 받고 업어다 주는 정도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군관들의 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집에 휴가를 보내주고는 대가를 받았고, 힘 있는 자녀들은 편안한 초소에서 근무하든가, 군 복무를 남들은 8년, 10년씩 할 때도 3년, 또는 5년 안에 끝내고 입당까지 해 대학추천 받아 가군 했죠.

요즘에는 이것이 더욱 발전해 돈을 벌 수 있는 국경지역 부대로 옮기거나 배치 받는데 북한 돈 20만원, 평양 호위사령부 근무는 30만원씩 바친 다네요.

북한군 대위월급이 3,000원 정도이니 이는 7년-10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휴가는 15일짜리 일반 휴가가 옥수수 100kg이 정가이고, 부유한 집안 군인들은 아예 1,000-2,000달러씩 내고 최장 1년간 장기 휴가를 간다고 합니다.

하긴 군 관련 정보까지도 이제는 돈을 받고 판다니 조금 있으면, 그리고 수요만 있으면 아마 북한에서 그렇게 금기시하는 총기류도 내다 파는 것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