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에 장마당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2010년에 200개였던 것이 배로 불러 400여개가 됐다고 하네요. 북한사회도 이제는 시장경제, 장마당경제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또 중국소식통에 따르면 단동과 협력해 신의주특별경제지역 개발이 다시 추진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화란 계 중국인 양빈을 영입해 신의주를 국제도시로 꾸리려는 시도가 실패한 후 다시 시도한다니 참 좋은 소식인 것 같습니다.
당시 장성택 조직지도부 1부부장의 소개로 영입된 양빈은 북한에 큰 온실을 선물했고, 또 신의주시 장관으로까지 임명됐었죠. 그러나 탈세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돼 이 원대한 구상은 좌절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추진돼 북한의 경제상황, 인민들의 생활이 더 낳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
언제부턴가 국경지역에서는 돈 없는 사람들은 '산으로 오르라!'라는 말이 유행됐다죠. 쌀값 폭등, 생필품 가격상승으로 당 간부들, 장사꾼들은 돈벌이에 신바람이 났지만 일반 주민들과 장사수완이 없는 사람들은 정말 어렵게 살게 됐죠.
그래서 이들 속에서는 식량을 구하고 살아남으려면 모두 산으로 올라야 한다고 했답니다. 70%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진 북한에서는 산에 가면 먹을 것을 좀 구할 수가 있죠. 특히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밤이며, 도토리, 잣 등 열매들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시장화는 고난의 행군시대 때 본격화되기 시작했죠. 당시에는 장사에 대한 통제가 심해 여러 가지 형태의 장마당이 등장하였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메뚜기장'이죠. 장마당주변이나 주거지 골목에 모여 당국이 허용하지 않은 공업품, 상품들을 팔다가 검열원이 나타나면 메뚜기처럼 튀어 다른 곳에 가 장사를 하는 세태에서 생긴 말입니다.
또 '똑똑이장'도 생겼습니다. 집집마다 행상하면서 똑똑똑 문을 두드려 물건을 파는 형식입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로 수요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죠.
그리고 '달리기장'도 생겼습니다. 원래 '달리기'란 남한테 돈을 꾸고 갚지 않아 채무독촉을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 피해 달려 다니는데서 유래됐습니다. 금액이 크면 클수록, 피해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했죠. 그래야 법적 처벌을 피하고 끝까지 달리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법에 고소해 형벌을 받으면 돈 받을 길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채무자들을 일명 '보호동물'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요즘은 깨비(개비), 도끼, 데꼬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깨비'는 무슨 물건이든 낱개로 파는 것을 말한다죠. 처음에는 담배 한 갑을 따서 한 개비씩 팔던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과일이나 물고기, 채소, 두부도 반쪽씩 쪼개서 파는 게 대세라는 군요.
반면, '도끼'는 도매장사꾼이라네요. 주로 자전거로 농촌에서 채소를 날라 넘기는 장사였죠. '데꼬'는 '돈 데꼬'라는 말이 있듯이 '환전 꾼'을 말한답니다.
장마당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요즘은 장사 수법도 다양해진다니 아마도 좀 있으면 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이 다 내려오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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