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번 찍어도 끄떡없다?

대북전단 살포를 잠정 중단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015년 4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대북전단 30만 장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DVD 등을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
대북전단 살포를 잠정 중단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015년 4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대북전단 30만 장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DVD 등을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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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당국의 안하무인격인 핵개발과 끊임없는 도발에 국제사회는 지금 대북제재를 어떻게 더 강경하게 할지, 더 촘촘히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이 북한내부에 외부정보를 더 많이 유입시키는 것입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DMZ에서 비닐풍선에 삐라를 실어 날려 보내는 원시적 방법도 이용합니다. 북한 돈이나 달러도 같이 보낼 때가 있죠.

한국정부나 미국에서 투자하고 운영하는 대북라디오방송도 중요한 채널입니다. 서울의 한민족방송,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가장 대표적인 방송들이죠.

일부 인권운동가들이나 탈북자단체들은 외국에서 주파수를 사 대북라디오방송도 하고 있습니다.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이 대표적이죠. 또 어떤 이들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해 각종 USB, 손전화용 SD카드를 대량 북한에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보유입을 포함한 외부의 제재에 이렇게 반응하고 있죠. '제재 광신자들은 우리 혁명의 대가 바뀌면 그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이라느니, 100번 찍어 안 넘어가도 101번째에는 넘어갈 수 있다느니,

그러나 백년, 천년세월이 흘러도 원쑤들이 고대하는 변화가 아니라 백두에 휘날리던 붉은 기폭의 색이 더 진해질 것이며, 101번째가 아니라 1,001번째까지 달려들어도 끄떡하지 않을 것'이라고요.

북한당국이 선전하고 고집하는 것처럼 정말 북한주민들이 외부의 정보를 강하게 배격하고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정 반대죠.

한국에 온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북라디오 방송을 듣는 북한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는 수년간 매일과 같이 청취하는 경우도 잇다네요. 심지어 가족들과 함께요. 가장 관심 있게 듣는 프로는 탈북자들이 직접 출연해서 자기의 탈북경험과 한국정착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도 서울에서 방영되기가 바쁘게 북-중 국경지역에서 알판으로 구워져 북한에 유입된다죠. 북한주민들, 특히 젊은 청년학생들이 서울말투를 따라하거나, 옷을 비슷하게 입거나 머리도 유사하게 깎는 것이 유행이 라죠.

어떤 탈북자는 드라마에 심취된 나머지 한국여성들이 다 김태희처럼, 그리고 남자들은 다 장동건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서울로 왔다죠? 국민전체가 스타배우처럼 다 생겼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말이죠.

북한당국이 삐라,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경은 물리력으로 막을 수는 있지만 라디오전파는 절대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며, 또 수십 년간 억지로 유지해오던 거짓선전과 탄압이 외부정보유입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정보유입에 북한은 1,001번이 아니라 10번도 버티기 어려울걸요?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속담처럼요.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