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별루 취하지 않는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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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이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 주재한 북한외교관들의 불법장사, 일탈행위가 연이어 적발돼 국제사회에서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에서 금지된 주류밀매를 계속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북한 외교관의 집에서 위스키•와인•테킬라 등 주류가 450상자나 보관되어 있던 것이 적발되었다네요.

그것도 도둑이 집을 털었기 때문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월초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인 현기영이 중국 베이징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귀중품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없어져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코사르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게 되었죠.

결국 경찰수사와 CCTV를 분석한 결과 범인은 정복을 입은 파키스탄 경찰관 3명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현 서기관이 자리를 비운 2일 집을 수색해 보석함 10개, 다이아몬드 2개, 미화 3000달러와 위스키 100상자, 와인 201상자, 맥주 60상자, 테킬라 9상자 등 수입 주류 450상자를 가져갔다네요.

2009년부터 2016년 말까지 적발한 주류 밀매사건만 10여건이나 된다고 하고 2015년에는 북한 외교관 부부가 주택가 길거리에서 술을 팔다가 적발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외교관들이 파키스탄에서 술 밀매를 많이 해 악명이 높습니다.

조니워커 위스키 1병을 면세로 35달러, 하이네켄 맥주 1상자를 20달러로 사 각각 70달러와 150달러에 팔면 얼마나 돈을 많이 벌지 짐작이 갑니다.

또 한 외신이 밝힌데 따르면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은 지난해 3∼12월 사이 10개월간 아랍에미리트에서 4차례에 걸쳐 프랑스 보르도 와인 1만 542병을 수입했다네요.

외신들은 북한외교관들이 물고기가 물을 마시듯이 하루 종일 술을 마셔 계속 취해있거나 아니면 암시장에서 팔지 않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그렇게까지 많이 마실 수도 없고, 또 돈이 없어 다 소비하지도 못합니다. 당연히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는 북한 외교관들에게는 면세품이 가장 큰 돈벌이 수단이죠.

술 외에 담배거래도 많이 합니다. 이외에 외교관들에게 할당되는 차 쿼터도 돈이 많은 북한대표부 성원들에게 팔아 장사를 하죠. 솔직히 말해 이것 아니면 외교관들은 현지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고 또 빈손으로 평양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거의나 죽음이나 마찬가지죠.

술에 대한 유머는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에 너무도 많습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 이것이 가장 유명한 명언 중에 하나죠. 술을 작작 마시고 술이 해롭다는 것을 선전하는 북한의 만담에 이런 대사도 나오죠.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에게 술이라고 맹물을 주니까, 남편이 들이키고는 '캬~' 합니다.

그 때 처가 '그건 술이 아니라 물이에요' 하자 남편은 '글쎄, 별루 취하지 않는다고 했지?'라고 대답하죠.

밀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북한외교관들의 실상, 언제면 많이 나아질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