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며칠 동안 북한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 있죠.
김일성 사위로, 김정일의 유일한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 또 현 북한통치자 김정은의 고모부로 수십 년간 북한정치권력에서 2인자의 자리를 지켜온 장성택이 잔인하게 숙청되었습니다.
그의 오랜 전우들, 부하들이죠, 리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공개 처형된데 이어, 장성우 전 3군단장의 아들이며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대사와 장성택의 누이남편인 전영진 쿠바대사가 북한으로 강제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일요일 방영된 김정은의 혁명 활동을 수록한 북한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선군의 한길에서'에서는 장성택의 장면들을 모두 삭제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설마 했는데 오늘 조선중앙통신과 중앙TV를 통해 장성택의 죄행을 낱낱이 공개하더니 당 정치국회의에서 장성택을 전격 체포해 나가는 장면도 내보냈습니다.
정말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하네요. 김정은을 후계자로 추천하고 그가 바로 서도록 옆에서 김경희와 함께 후견인으로 떠받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반당, 반혁명종파분자가 되다니, 권력의 무상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도 평양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민재판 비슷한 것을 하고 그 자리에서 쇠고랑을 채우고 끌고 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도 했고, 반당, 반혁명에 연루된 군 장성들 또는 군관들을 한쪽으로 조용히 유인해 견장과 초상휘장을 뜯고 끌고 갔다거나, 정치범들은 해머로 머리를 쳐 처형한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정치권력의 2인자, 그리고 제가 7년 동안 상관으로 모시고 있던 분이 이렇게 비참한 운명을 맞는 것을 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는 북한에서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중형들이 모두 선고되었습니다. '장성택 일당에, 최고사령관 명령 불복종, 당의 통일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저항하는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인민생활향상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 이에 그를 인간적으로 파멸시키는 여자관계, 마약, 도박행위도 추가시켰습니다.
또한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도 했습니다.
그를 곁가지, 배신자, 종파분자, 야심가, 심지어 '인간쓰레기'로 몰아 숙청한 것입니다.
뒤집어씌울 수 있는 최악의 모든 죄목을 부가하였으며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함으로서 그의 정치적 생명, 오랫동안의 업적을 하루아침에 허물어버렸습니다.
사실 장성택은 김정일 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법검찰부분을 맡아 누구보다도 앞장서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으며,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많은 경제부서들을 책임졌고, 많은 외화를 벌어 바치기도 했죠.
또한 신의주개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개발 등 북한에 개혁, 개방적 요소들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사람입니다.
이번사건으로 '토사구팽'이라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사냥하러가서 토끼를 잡으면 이에 내몰렸던 개를 삶아먹는다는 뜻입니다.
북한당국이 반대하는 동상이몽과 양봉음위, 아마도 지금부터는 모든 간부들, 전체 인민들이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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