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마지막 이야기는 외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북한관련 유머들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어느 한 시골에 살고 있는 노인네가 며느리의 해산날이 가까워져 당 위원회에 찾아가 여행증명서를 신청했습니다.
'동무는 무슨 일로 여행을 하겠다는 거요?' 서기는 새파랗게 젊은 친구였습니다.
노인네는 그 동무라는 말에 비위가 상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며느리 동무가 손자 동무를 낳을 때가 되어서 미역 동무를 좀 사오려고 그럽니다. 서기 동무.' 북한에서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동무라고 부르는 것을 풍자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이슬람 계 테러범을 잡았습니다. '고문'을 포함한 온갖 방법으로 추궁하며 배후세력을 불라고 추궁했지만 그 테러범은 그 모진 '고문'들을 다 견뎌내며 끝내 자기 혼자 저질렀다고 말하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고문기술자'가 단 한마디로 이 테러범이 자신의 배후세력을 술술 불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요? '이젠 나도 지쳤다. 그냥 너의 국적을 북한으로 바꿔줄게. 거기 가서 잘 살아.' 이 한마디로요.
금강산 발전소 공사에서 큰 공로를 세운 병사가 국기훈장 1급을 받게 됐습니다. 정치위원이 그 병사를 불러 물었답니다. '동무, 참 수고했소. 우리가 동무에게 국기훈장 1급을 수여하려 하오.'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동무에겐 선택권이 있소. 훈장대신 상금을 받겠다고 하면 1만 원을 줄 수 있소.'
'제가 받게 되는 훈장은 얼마짜리입니까?' 그러자 정치위원이 화를 냈습니다. '이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훈장이란 명예이지 돈으로 어찌 환산한단 말인가. 굳이 돈으로 따져 보면 천 원도 안 돼.'
그러자 그 병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훈장과 9천원을 받을 수 없을까요?' 이와 유사한 유머는 옛날 여러 나라들에서 회자된바 있습니다.
어느 날 보위부 사무실에 다급한 전화벨소리가 울렸습니다. 따르릉~따르릉~ '거기 보위부죠?' '그렇소, 무슨 일이오.' '우리 동네 사는 김철수가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음란물을 땔나무 속에 숨겨놓은 것 같습니다.' '알았소. 동무. 감사하오.'
다음날 보위부가 김철수의 집 창고에 들이닥쳐서 땔나무를 모두 쪼개며 찾았지만 음란테이프는 없었답니다.
다음날, 김철수네 집에 윗마을 영남이가 찾아왔다 네요. '이보게, 자네 집에 어제 보위부가 왔었지.' '그래, 어떻게 그걸 알지?' '땔나무들을 다 쪼개 놓았지?' '응.' '그럼 이젠 자네 차례야. 보위부에 전화해서 우리 텃밭 감자밭 좀 파헤쳐줘.' 이 유머 역시 다른 나라들에서 많이 유행된 거라네요. 보위부를 공짜로 부려먹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행복과 관련된 유머입니다. 영국인, 프랑스인, 북한 사람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영국인이 말하기를 '겨울밤 집에서 양털 바지를 입고 벽난로 앞에 앉아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프랑스인은 '너희 영국인들은 너무 진부해. 금발 미녀와 함께 지중해로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냥 정리해 버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지!'
북한사람은 과연 언제가 제일 행복하다고 했을까요?
'한밤중에 누군가가 노크를 해서 문을 열어보니 '이철웅, 너 체포됐어!'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이철웅은 옆집 사람이거든. 우리는 이때가 가장 행복해!'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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