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돌을 던지면 이번엔 '근심대장'?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시간입니다.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객원연구원인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는 27일 인민군 지휘성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데 대한 명령 제 0051호를 하달하시였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중략) 조선인민군은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로 억세게 자라나 무진 막강한 백두산 혁명 강군의 위용을 만방에 떨치고 있으며 총대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고 (중략)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위업을 총대로 끝까지 완성해나가는데서 혁명의 기둥, 주력군으로서의 영예로운 사명과 본분을 다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면서 (중략) 김경희, 김정은, 최룡해 등 6명에게 대장의 군사칭호를 (중략) 올려줄 것을 명령한다고 지적하시였다.' (평양 9월 27일발 조선중앙통신)

이는 27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등장시킨 제3차 당 대표자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현영철, 최부일, 김경옥이 함께 대장별을 달았고 상장 1명, 중장 6명, 소장 27명도 이번 별잔치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띈 또 한명의 스타가 있었는데요, 그는 국방위원회가 차수승진을 발표한 리영호 총참모장입니다. 자기의 선배이며 상관들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을 모두 제치고 그는 대장별을 단지 1년 7개월 만에 차수로 벼락출세했습니다. 더욱이 새로 신설된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직에 김정은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며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도 차지해 일약 최고의 군부실세, 후계체제의 후원자로 부상했습니다.

결국 북한에는 현재 원수 2명, 차수 8-10명, 대장 25-30명, 상장 75명 등 장성이 1천300명이나 있습니다. 이는 남한 장성수의 3배라고 하네요. 군복무를 하루도 하지 않은 코흘리개 겪인 김정은에게 '왕별' 4개, '치마 대장' 김경희에게도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라고 '왕별' 4개, '혁명1세대'인 최현의 아들 최룡해에게도 김정은 후계 잔치의 들러리로 세우고 '왕별'4개씩 달아주었으니 조만간 북한에 장성이 2천 명은 쉽게 돌파할 것 같습니다.

고향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나네요. '인민무력부 청사에 가서 돌을 던지면 그 돌이 어디에 떨어질까?' 여러 가지 답이 생각나겠지만 정답은 '대좌(대령)의 머리에 떨어진다' 입니다. 연대장급인 대좌를 지방이나 시골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무력부청사에는 쌓인 게 대좌라는 뜻이죠. 또 그들에게는 늘 나이가 차 제대를 근심하기 때문에 '근심대좌'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당장 당 중앙군사위 청사주변에 가 돌을 던지면 십중팔구 이번에는 '근심대장'의 별을 맞힐 것 같습니다. 거기는 대장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대좌와 대장사이의 '근심'은 판이할 것 같습니다. 대좌들의 걱정은 제대 후 직장문제, 생계와 가족부양, 자식들의 장래문제 등 일반인들이 보통 겪는 그런 걱정일 겁니다. 하지만 대장들은 다르죠. 그들은 제대를 '근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북한에서 대장정도면 평생 벼슬이 보장되니까요. 더구나 김정은의 경우에는 지금 같은 기세라면 4대, 5대, 아니 영원히 라도 권력세습을 할 것 같습니다. 북한헌법은 그의 할아버지를 '영원한 주석'으로 명문화 했다나요. 또한 이들은 생을 다하면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에 묻히고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영생하는 삶'을 누리게 됩니다. 자식이나 가족들은 '혁명열사가족' '애국열사가족'으로 분류돼 역시 자자손손 만복을 누리게 되고요.

하지만 별을 마음대로 떼고 붙이는 김정일에게도, 하룻밤 사이 '왕별'4개를 척척 다는 대장들에게도 분명 다른 근심, 더 큰 근심이 있을 겁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과연 김 씨 왕족 통치를 언제까지나 연장할 수 있을까, 측근 중 한 사람이 나를 배신하고 암살을 기도하지나 않을까,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을까,' 항상 이런 근심에 시달릴겁니다. 김정일, 김정은에게 더 소름끼치는 일은 원한에 사무친 인민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을 로므니아 (루마니아) 챠우세스크처럼 처형하는 것이겠죠.

이에 비하면 대북제재로 통치자금이 바닥나 측근들에게 주지 못하는 벤츠, 오메가 걱정, 다음 비밀파티에 불러들일 '기쁨조' 걱정, 김일성이 묻혀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이 아닌 또 다른 묘궁 생각은 '행복한 근심'이 아닐까요.

3대세습에 편승하여 한 배를 탄 대장들은 어떤 고민을 할까요? 그들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한다는 나라에서 3대째 세습을 어떻게 정당화 할지,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조총련'의 '70만 재일동포'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백두산 3대장군'에 이어 또 다른 '샛별장군'이 났으니 4개의 초상화를 어떻게 '정중히 모시게' 할지 참 궁금합니다.

혹시 그들이 이런 근심도 해보는지 상상해 봅니다. 자기 국민 수백만을 굶겨 죽인 '친애하는 지도자'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민족의 키와 수명을 줄이고 단축시킨 '위대한 수령'을 후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영양실조와 농촌동원, 집단체조에 시달려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마침내 자기들을 손가락질하면 어떻게 '혼을 낼까'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