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올 여름 펄펄 끓는 한반도를 들여다봅니다.
(시민 1) 땀이 일단 너무 많이 나고 그냥 온몸이 젖는 기분이에요.
(시민 2) 더워도 너무 더워요. 바깥에 나가질 못하겠어요. 너무 더워서...
서울 시민 2명이 며칠 전 한국의 SBS 방송에 땀을 뻘뻘 흘리며 더위를 호소하는 것을 들으셨는데요, 올여름은 유달리 태양 빛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사실인데요, 올해는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올해 상반기 세계기온이 1880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였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이처럼 지구촌을 달구는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를 꼽습니다. 안 소장은 2009년 민간연구소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창립을 주도한 기후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안병옥)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4도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섭씨 2.5도 이상 높았기 때문에 '슈퍼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이 슈퍼 엘니뇨가 지금은 소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바다에 축적됐던 열기가 해류를 타고 분산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 빈도 발생수가 높아지고, 한번 발생하면 지속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 겹치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올해 유독 뜨겁습니다. 남한에서는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온열질환이란 높은 기온이 인체에 영향을 끼쳐 생기는 여러 증상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감시체계가 가동된 이후 지난 7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1천160명,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최근 5년간 연 평균치를 훌쩍 넘어선 수칩니다.
북한에서도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평양의 4일 낮 최고기온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섭씨 3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처럼 남북한에 닥친 가마솥더위 역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라고 때문이냐는 질문에 안 소장은 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안병옥) 한반도 폭염은 같은 이유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북아시아 지역은 더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서늘해져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반대현상이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엘니뇨와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가 더운 이유는 우선 중국 북부와 몽골, 또 러시아 남부 쪽에서 가열된 공기가 서해상을 거쳐 한반도 상공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어섭니다. 한반도가 지금 여름철이기에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완연히 덮여있습니다. 열기가 들어오면 대기 상공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동중국해의 저기압이 지속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정체돼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덥습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원인도 가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남측 중서부 지방의 폭염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고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 기상청의 윤익상 예보분석관이 한국의 YTN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윤익상) 상층에서는 중국 북부의 고온 구역이 한반도로 접근하고 하층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낮 동안 일사가 더해져 당분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문제는 폭염이 오는 9월까지 이어지면, 농작물의 작황에도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안 소장은 벌써 폭염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안병옥) 특히 벼농사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밭농사도 콩이나 참깨의 경우 지금 익어가는 시기이고, 당근이나 잎마늘의 경우 파종단계인데,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들어가고 마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확량도 떨어질 것이고, 수확돼도 품질이 떨어지면서 제 가격을 받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사과, 포도, 수박 같은 과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가축폐사입니다. 경기도에서만 올해 20만 마리, 닭, 오리, 돼지 등의 가축이 열기 때문에 폐사됐습니다.
북한도 이 정도의 폭염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병옥) 북한은 기본적으로 남한보다 서늘한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폭염이 발생하면 그 피해를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농작물의 경우 물을 많이 공급해주는 방법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남쪽의 경우 농업용 관정을 파서 거기서 양수기를 통해 물을 밭이나 논에 해줍니다. 북한의 농업조건이 정확하게 어떤 지 제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폭염이 발생했을 때는 작물에 물을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닭, 돼지, 오리 등을 키우는 축사에도 물을 많이 뿌려줘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에서 지난 2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관개에 필요한 최소 물 저장량의 35%가 부족해 저수율이 65%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지난달 '엘니뇨, 농업, 식량안보, 영양에 대한 조기 대응과 반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에 모두 취약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특히 "북한에는 2014년부터 2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약 9%의 경작지가 농업에 부적절"하고 "길어진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11% 감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매년 이런 폭염이 더 심해질까라는 질문에 안 소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라며 우려했습니다.
(안병옥)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폭염은 발생 횟수가 늘어나고, 발생 시 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지구 온난화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덥고,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덥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더워졌다 서늘해졌다, 이런 변동이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더 더워지는 여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60년대에는 섭씨 38도가 넘는 폭염이 여름에는 거의 일상화될 것이고, 특히 남쪽이 더 심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폭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웬주 카이 호주해양대기연구소 연구원 팀이 최근 컴퓨터 모의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21세기 말이면 지구 온난화로 슈퍼 엘니뇨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할 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지구 온난화 때문에 유달리 춥거나, 유달리 더운 계절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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