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생수 난개발로 수자원 고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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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점점 심해지는 백두산 수자원 고갈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백두산 중국 쪽 일대의 광천수 생산이 크게 늘어나 환경훼손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정확한 실태가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인민망에 따르면, 백두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광천수는 2010년 연산 30만 톤에서, 2015년에는 무려 154만 톤으로 늘어났습니다. 연산은 일 년 동안 생산 또는 산출하는 총량을 말합니다. 올해에는 22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백두산 광천수의 생산량이 이처럼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중국 대기업들이 지방 정부와 손잡고 2014년부터 돈이 되는 광천수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년 사이에 중국, 대만, 한국의 음료수 업체 10여개가 지린성 바이산 시와 계약을 맺고 백두산 일대 수원지 130여 곳을 개발했습니다. 지린성 안투현은 5개 광천수기업을 통해 올 상반기 38만 톤을 생산했습니다. 앞으로 연산 70만 톤 이상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중국 헝다 광천수 그룹도 2014년 초 창바이산 관리위원회 츠난구와 계약을 맺고 연산 1,500만 톤 규모의 광천수 생산시설을 준공했습니다. 참고로, 백두산은 중국에서는 창바이산으로 불립니다. 한국의 식품회사인 농심은 백두산 인근 얼다오바이허에 연산 최대 100만 톤 규모의 공장을 준공해, 작년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광둥성 선전의 하이왕 그룹도 연산 2000만 톤 규모의 광천수 개발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양윤정: 백두산 광천수 생산량이 그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최근 들어 도시화에 따른 수질 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건강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지면서 생수 소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생수시장 규모는 크고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국제적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중국 생수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미화 204억 달러 규모로, 오는 2025년에는 6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특히 백두산 일대 광천수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데요, 백두산 광천수는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 광천수와 더불어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힐 만큼 물맛이 뛰어나섭니다. 실제로 이들 3곳은 북위 36도~46도 사이 고지대에 위치해 오염에서 벗어난 '황금수원지'로 불립니다. 중국 현지 방송에 나온 시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시민) 평소에는 물을 끓여 마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광천수가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 건강을 위해 광천수를 사서 마시고 있습니다.

양윤정: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광천수 개발사업이 계속해서 확대되면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이미 중국 안에서도 백두산 지역의 환경훼손과 수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백두산 일대에 예정된 각 기업의 생산설비능력을 모두 합치면 중국 전체 소비량의 3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량슈쥐안 지린대학교 환경자원학 교수는 "창바이산 일대 광천수 개발의 선순환 발전과 생태환경을 유지하려면 깊이 있는 연구조사와 더불어 과학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적정 취수량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중국 당국은 전문가들이나 언론의 이런 우려에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장명화: 바이산시 관계자는 창바이산 지역에서 하루 23만 톤의 광천수가 솟아나 연간 최대 취수허용 총량이 8400만 톤이라면서 "광천수 사업이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백두산은 한민족의 영산인데, 중국이 백두산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기에, 이렇게 독자적으로 광천수를 막 개발하는지 궁금하네요.

장명화: 중국 소유는 45.5%입니다. 지난 1962년 북한 김일성 주석과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가 비밀리에 '조중변계조약'을 맺은 결과입니다. 이 조약은 백두산 천지를 북한 54.5%, 중국 45.5%로 분할하고, 천지 서북부는 중국이 동남부는 북한에 귀속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약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말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이 조약의 존재여부와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습니다.

양윤정: 한국 기업이 중국 쪽 백두산에 가서 광천수를 개발하는 것보다, 북한과 함께 손을 잡는다면 더 효율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명화: 물론입니다. 단 남북관계가 개선돼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IBK 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한국 SBS 방송에 나와 중국이 선점한 백두산 생수 개발을 위해 남북이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조봉현) 굳이 중국의 지역에 가가지고 중국 정부의 통제나 규제를 받기 보다는 남북한이 같이 손잡고 백두산 샘물을 개발 하는 사업들을 한다고 하면 이것이 결국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고 나아가서 남북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샘물 사업은 단순히 물만 채굴하는 것이 아니고 생산된 물을 결국 수송하기 위해서는 물류 망도 구축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북한의 물류 망도 구축되면서 남북 경제 협력 또는 남북 협력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양윤정: 백두산 생수와 관련한 남북 협력 사례는 있습니까?

장명화: 네. 지난해 12월 초에 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부산항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쪽 백두산 생수가 아니라 중국 쪽 백두산 생수였고. 상시적인 게 아니라 일회성이어서 조금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국 기업 농심이 중국 옌볜의 백두산 지역 얼다오바이허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컨테이너 10개 분량의 생수였습니다. 컨테이너는 화물 수송에 주로 쓰는, 쇠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말합니다.

양윤정: 마지막으로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는데, 백두산은 북한의 핵 실험 장소와 가깝지 않습니까? 방사능 오염 가능성은 없었습니까?

장명화: 아닌 게 아니라, 중국 정부는 핵실험 직후, 백두산 지역에 방사능 오염 측정을 위한 감측지휘소를 설치하고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방사능 조사에 나섰습니다. 특히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린성의 창바이산 관리위원회가 있는 얼다오바이허에 방사능 감측을 위한 긴급지휘부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 일대 토지가 방사능에 노출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도 오염됐을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는 등 방사능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거든요.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이 백두산 기슭에서 생산하는 생수 판매도 방사능 유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