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물 문제, 현명하게 사용해야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수코너.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수코너.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한반도의 물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푸른색입니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촌 사람들은 물 부족으로 날이 갈수록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부산시가 주최하고 국제물협회가 공동주관한 '국제물포럼'이 얼마 전에 부산에서 열렸고, 이에 앞서 '아시아 태평양 대학생 물 의회'가 지난 7월 초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섭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부산 국제물포럼의 주제가 '물, 에너지, 식량 넥서스'였습니다. 넥서스는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 문제,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를 개별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물이 부족하면 물 부족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냉각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면서 수력발전은 물론, 화력발전, 원자력 발전도 냉각수 부족으로 어려워지는 사태가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특히 물 부족이 이미 대량살상무기 확산, 대규모 강제이주, 테러공격 등 세계의 위험요인들과 함께 지구촌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안병옥)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세계위험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지구촌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요인 가운데 물 부족은 늘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험요인으로 지목돼왔습니다. 현재 세계인구 중 약 11억 명이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구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물의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 증가속도는 물 사용량 속도보다 약 1.6배 정도 빠르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2025년경이 되면 필요한 물의 양이 한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인구의 20% 가량인 27억 명 정도가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중동처럼 한국 역시 물 부족 국가라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2003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한국인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량은 1453㎥ 수준으로, 조사된 153개국 가운데 129위였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안병옥)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보도가 가끔 나오는데, 이는 조금 잘못됐습니다. 한국은 물이 그렇게 부족한 국가는 아닙니다. 왜냐면 일 년에 내리는 강수량이 연 평균 1,400mm정도 되기 때문에 500mm도 되지 않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국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한국에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데 있습니다.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리는 점은 연중 비가 고르게 내리는 유럽 지역보다는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적으로 어떤 곳은 물이 남아돌고 어떤 곳은 물이 부족해서 지역 간에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수자원 보유량이 지역별로 다른데, 특히 경기북부 지역은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임진강을 비롯한 북한과의 공유하천이 존재하며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겪고 있고, 수질은 악화돼 주어진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물 문제가 심각한 지역입니다.

북한 역시 물이 부족한 국가는 아니라는 게 안 소장의 판단입니다. 오히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때문에 물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해야 정확하다고 지적합니다.

(안병옥) 북한은 원래 남쪽과 마찬가지로 물이 부족한 국가는 아닙니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과거부터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증산했기에 그런 측면에서 물을 잘 이용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두 가지 요인 때문에 물이용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산이 황폐화 되다보니 비가 오면 산에서 토사가 쓸려나오게 됩니다. 흘러나온 토사가 강바닥에 퇴적되면서 강바닥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강바닥이 높아지게 되면 비가 오면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범람 위험도 커집니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남북한에 비가 내렸지만, 북한이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3일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북한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중국이 무인기까지 동원해가며 북한주민 구조 작업에 나서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중국 현지 방송에 나온 북한 주민과 한국의 MBC 방송과 통화한 연변 주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북한 주민) 구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연변 주민) 물에 잠겨서 거의 지붕만 보일 듯 말 듯하고, 북한 주민들이 짐 메고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면한 물 문제의 또 다른 이유는 상수도 시설의 노후화입니다. 북한은 지난 1970년대 전국적으로 상수도 시설을 정비했지만, 이후 전력난과 상수도 시설 노후로 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물 자체의 공급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북한은 수도시설에 노후화 때문에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아주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위생문제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탈북자들은 북한주민들이 정화되지 않은 강물이나 우물물을 그대로 퍼 마시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합니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지난 2013년 한국의 TV조선 방송 팀과 함께 중국 쪽에서 압록강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이 강변에서 물을 긷는 모습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탈북자) 물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강변으로 이사 가려고 합니다. 안쪽에서 살면 물 길어가기가 정말 멀쟎아요.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정화되지 못한 물을 마신 주민들은 복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조진혜) 보위부나 감옥에서나 보면 사람들이 대장염, 설사병 때문에 많이 죽죠. 보위부에서 조차도 수돗물을 먹으면 설사병이나 대장염에 걸려 죽는다고 해서 주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딱 한번 콩이나 옥수수를 삶은 물을 주죠.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물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안병옥 소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안병옥) 물은 기본적으로 보다 잘 확보해서 필요한 만큼 써야하는데 가장 큰 전제는 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명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물을 낭비함 없이 절약해서 잘 쓰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물의 많은 양이 상수도관이 노후화돼서 유실되고 있습니다. 물이 수송되는 과정에서 지하에서 물이 새나가는 것이죠. 이를 잘 해결해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물의 양을 줄여야합니다. 또 하나는 이번 부산 국제물포럼의 주제이기도 했지만, 물 문제를 물 문제로만 보지 않는 겁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