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후 홍수피해 복구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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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최근 홍수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조선중앙TV) 경흥 292㎜, 부령 275㎜, 나선 241㎜, 경성 187㎜를 비롯해 함경북도 지방과 양강도의 일부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최근 일기예보를 하면서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간단히 전하는 부분입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TV는 홍수 피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홍수 피해를 영상으로까지 자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 미국의 루이지아나 주에서 최근 무더기 비에 의한 큰물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함경북도에서 이번 홍수로 60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농경지 약 8천 정보가 침수되고 도로와 다리, 발전소 댐 등이 붕괴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신은 앞서 지난 2일에도 함경북도에서 1만7천여 채의 주택이 파괴돼 4만4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폭우로 북한의 동북부 지역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달 초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폭우와 홍수로 최소 133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400여명이 발생했다고 북한 재난당국을 인용해 12일 밝혔습니다.

이번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집계는 북한 정권이 홍수 피해 지역에 파견한 시찰단에서 나왔습니다. 시찰단엔 유엔 조정관과 북한 적십자사, 국제 적십자사 등 여러 국제 비정부기구가 참여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의 패트릭 풀러 대변인이 유럽의 뉴스전문채널인 유로뉴스에 밝힌 말입니다.

(패트릭 풀러) 쌀이나 기타 곡물이 이번 홍수로 어느 정도 크게 피해를 입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식량 안보상황이 매우 위태롭기 때문에, 이번 홍수는 상당히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몇 달간 재앙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홍수는 12일까지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3만5500채를 파손했으며 이 가운데 69%가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그 결과, 주민 10만7000명이 집을 잃었으며 공공시설 8700채도 훼손됐습니다. 농경지 1만6000헥타르가 물에 잠기면서 최소 14만 명의 수재민이 긴급한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는 함경북도 회령시를 비롯해 중국 접경 지역에서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의 김동남 대표가 최근 회령시 강안동 주민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동남) 그 동네에 400~500세대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 집을 100% 다 밀었어요. 거기 집을 하나도 건진 게 없어요. 죽은 사람에 대해 어제 그제 내가 물어보니까 200명가량 실종되었거나 사망했대요. 강안동이 왜 잠기게 되었는가 하면 물이 빠질 데가 없어요. 한쪽 옆에는 두만강이 있고, 다른 쪽에도 강이 있기 때문에 물이 위에서 내려오면서 싹 잠기게 되었단 말이요.

중국 매체에 나온 관련 동영상을 보면, 함경북도 두만강 지역에서 거대한 흙탕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휩쓸고 갔습니다. 불어난 강물에 나무도, 교각도 모두 잠겨버렸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북한 측 요청에 따라, 중국 구조대가 북한 땅으로 들어가 무인기를 이용해 북한 주민을 구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방송에 나온 북한 주민의 말입니다.

(북한 주민) 우리는 31일 부터 계속 갇혀있었어.. 구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요외신에 따르면 12일까지도 함경북도의 무산과 연사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양강도 2개 시에서 발생한 피해와 사상자 수는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피해가 컸던 것은 비도 많이 내렸지만, 산간 지역을 나무 없는 밭으로 만들어 홍수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의 일간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는 주성하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주성하) 주체농법 하면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제가 뭐냐 하니 다락밭 농사입니다. 예전에 다락밭을 만든다면서 산에 층층이 밭을 만들었지 않습니까. 제가 한국에 와서 보니 여기 과학자들은 그걸 엄청 비판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다락밭을 만들면 산이 자기 역할을 못해서 홍수로부터 산 아래 논밭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산은 산의 역할을 하고, 밭은 밭의 역할을 하고, 논은 논의 역할을 해야지 산을 밭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냐 이겁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도로를 재개해 구호물자와 건축 자재를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구호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목표는 겨울이 오기 이전인 10월 초까지 주택 2만 채를 재건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북한은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피해현장 방문을 주선하는 등 외부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5차 핵실험으로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지원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주 북한의 홍수피해 현장을 방문했던 구호단체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당국이 구호단체에 지원을 요구했고, 국제사회에도 지원을 호소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시점이 최악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주민 사기가 떨어질까 봐 내부에는 피해를 알리지 않지만 복구를 위한 지원을 얻으려고 외부에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정준희) 주민들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어떤 피해에 대한 지원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만큼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워싱턴포스트는 유엔아동기금을 포함한 국제기구가 대북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대북 지원기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북지원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표한 피해 관련 수치가 올해 여름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기록적 폭우로 인한 사망자수와 비슷한 사망자와 이재민수임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인구밀도를 고려할 때 다분히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1년 사람들이 물에 떠있는 것처럼 대동강변 홍수 사진을 조작해 미국 AP 통신사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보험 사기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북한에서 보험 업무에 종사했던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이 한국의 채널A 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김광진) 피해 상황을 부풀리면, 보험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죠. 보험금이 외화벌이에서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북한은 홍수나 산불 등 자연재해를 대비한 해외재보험계약을 체결해 연 200억 원, 미화로 1789만 달러 정도의 보험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