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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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한반도 지진의 역사를 다시 쓴 경주의 최근 지진을 들여다봅니다.

(허수경) 오늘은 지난 12일의 전진과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지금 위에서 봤을 때 피난행렬 차가 굉장히 많이 밀려있습니다. 지금 짐을 싸고 있습니다. 한 시간 뒤에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짐을 싸서 대피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경상북도 경주의 18층 아파트에 사는 허수경 씨가 한국의 JTBC 방송과 19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허 씨가 언급한 전진은 대규모 지진, 즉 본진의 전조로 일어나는 비교적 작은 지진을 말합니다.

한국 기상청은 19일 오후 8시 33분께 경상북도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 깊이 14㎞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지진은 지난 12일 경주 인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이후 300여 차례 이어진 여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여진은 큰 지진 후에 따라오는 작은 지진을 말합니다.

안병옥 소장은 자신의 서울 사무소에서도 지진이 감지돼 크게 놀랐다면서, 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힘이 양산 활성단층대에 쌓인 게 원인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양산단층은 경상북도 경주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선구조의 단층대이고, 활성단층대는 지층 운동이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변위가 일어나거나 근래에 변위가 일어난 적이 있는 지층을 말합니다.

(안병옥) 현재 지진학자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켰던 지진입니다. 그 지진이 상당히 규모가 컸습니다. 그런 큰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땅에 응력이 축적됩니다. 지진은 단층이 움직여서 땅에 힘이 가해져서 만들어지는데 그 힘이 다 소진되지 못하고 남아 있다가, 계속 시간을 두고 힘이 풀려가면서 여진을 만들어냅니다. 경주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은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의 영향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은 9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5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지진 규모 5.0~5.3, 위력 20~25Kt으로 분석되는데다, 지표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다섯 차례 핵실험 중 가장 파괴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정우택 의원은 "이번 경주 지진은 지난 9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 여파가 아닐까하고 걱정된다"면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 결과 인공지진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최대 80% 위력으로 관측되는 등 북한의 역대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는 게 세계 각국 전문기관들의 관측 분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안병옥 소장은 핵 실험 규모가 워낙 컸긴 했지만 이번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안병옥)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곳이 풍계리인데 풍계리와 경주는 서로 멀리 떨어져있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단층이 존재합니다. 대략 60여개의 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북한의 핵실험이 문제였다면 경주보다는 풍계리쪽에 더 가까운 단층에서 더 큰 지진이 발생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쪽에서는 그런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과 이번 경주 지진을 연계하는 것은 좀 무리한 해석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경주 지진과는 상관없다 해도 인공 지진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은 나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 지진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의 홍태경 교수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백두산 간 거리는 116㎞ 정도인데, 이는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라고 말합니다. 홍 교수는 규모 7.0 정도의 지진이면 백두산 폭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습니다.

자연지진이든 인공지진이든,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에 위치해 대규모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 열도와 달리, 한반도는 유라시아 판 안쪽에 있다는 이유로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런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고 안 소장은 지적합니다.

(안병옥)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 중에 가장 강력했던 게 1980년 1월 북한 평안북도 삭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1978년 9월의 경상북도 상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규모가 5.2였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을 경험한 셈인데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것입니다. 그동안 지진학자들은 강도 5.8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런 단정적인 이야기를 뒤덮는 현상을 이번에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겪는 불안감이 굉장히 큽니다.

과거 역사를 봐도 한반도를 지진 안전지대로 보고 안심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이기화 교수는 20세기 이후 현재까지 한반도의 지진활동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역사적 기록물을 보면 2,200여 회의 지진기록이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입니다. 안 소장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안병옥) '한반도에서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측도 있고, '한반도에서는 심지어 규모 7.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측도 있는 등 의견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강도의 지진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제는 남북한의 직접적인 생활공간인 집, 사무실, 학교, 병원 등의 건물이 안전한가에 대해 논의하고 체계적인 지진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장기적으로는 건물 내진설계 기준을 더 강화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서 건물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민방위 훈련을 하듯이 지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지진발생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시민들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