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 ⑯멕시코만 기름유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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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 사태를 들여다봅니다.


(TV news report)

Although the U.S coast guard is searching for 11 missing workers after an oil rig explosion in the Gulf of Mexico...

(더빙) 미국 해병대가 멕시코만 석유시추시설 폭발사고 직후 실종된 근로자 11명을 찾고 있습니다. 당국은 100명 이상의 생존자를 태운 배가 루이지애나 부두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는 병원에 실려 갔고, 최소 3명은 현재 심각한 상태입니다. 석유시추시설은 폭발 후에도 계속해서 불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0일. 세계 각 방송사는 미국 남부루이지애나 주 베니스 시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작업 중이던 석유시추시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를 잇달아 내보냈습니다.

이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건'은 두 달이 넘었지만 현재진행형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이틀 뒤인 4월22일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면서 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의 대형 철제 파이프에 3개의 구멍이 생기면서 원유가 계속 유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난 유정은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시추를 하던 곳입니다.

원유 유출량은 사고발생 초기에는 하루 1천 배럴, 4월28일에는 하루 최대 5천 배럴이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조사단과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원유 유출량이 하루에만 3만5천~6만 배럴에 달합니다. 정부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사고 발생 후 지금까지 유출된 기름의 양은 206만5천-354만 배럴로 추정됩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름유출 사고인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건 당시의 25만7천 배럴을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문제는 기름띠로 인한 피해가 멕시코만 일대에만 그치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환경전문가인 데이비드 레인 박사의 말입니다.

David Rain

: It will creep around Florida...

(더빙) 유출된 기름이 멕시코 만류를 타고 플로리다 주까지 도달하고, 나아가 동쪽인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허리케인 시즌입니다. 특히 멕시코만의 기름띠가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플로리다 해협을 거쳐 멕시코 만류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경우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동부 연안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개연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 등 300여대의 항공기와 해안경비선 등 6천450척의 선박을 방제작업에 투입했고,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4개 주에 1만7천명 이상의 방위군을 추가로 보냈습니다. 사고 장본인인 BP도 현재까지 15억 달러 규모의 방제비용을 투입하고, 기름유출원의 차단을 위해 각종 첨단기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유출된 원유는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해안 습지로 유명한 루이지애나 해안을 덮친데 이어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현재 플로리다 서부해안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20일 현재 조류 934마리, 거북이 380마리, 돌고래 등 포유류 46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앞서 16일에는 원유 유출현장에서 남쪽으로 125㎞ 떨어진 곳에서 유출사고 발생이후 처음으로 향유고래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해양 동물 피해는 해안가에서 수거한 사체로 파악하는 실정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거나 신음하는 개체가 더 많기 때문에 이는 파괴된 생태계의 일부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유출 원유의 확산으로 플랑크톤이 파괴되고, 게, 굴, 새우 등 해양생물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으면서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David Rain

: You know, it could be several years, it could be several decades before the Gulf is completely clean again...

(더빙) 멕시코만의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짧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이 걸릴 것입니다. 물론 정부와 BP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안에 상륙한 기름덩어리를 신속히 치우고 있고, 원유 유출도 종국에는 차단되겠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생전에 멕시코만이 사건 이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태.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최근 대국민 연설처럼 유례없는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뉴스입니다.

--- 중국 지린에 이어 헤이룽장에서도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최근 헤이룽장성 후린 시 잉춘진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송아지를 잡아먹은 흔적이 발견돼 전문가들이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잉춘진 임업국 백두산 호랑이 보호관측소는 기르던 송아지가 야생 동물에 잡아먹혔다는 목장주의 제보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서 진흙더미에 남아 있는 호랑이의 발자국들을 발견했습니다. 또 먹잇감이 됐던 송아지의 시체에서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 자국도 찾아냈는데요, 이 송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40m가량을 끌려갔던 흔적도 뚜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보호관측소는 종합적인 분석 끝에 송아지를 사냥한 동물이 야생 백두산 호랑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잉춘 일대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가축을 사냥한 흔적이 발견된 것은 최근 수년 만에 처음입니다. 러시아 극동지방과 중국 동북지방, 한반도 북부 산간지대에 분포한 야생 백두산 호랑이는 세계적으로 500여 마리만 살아남아 세계 10대 멸종 위기 야생 동물로 지정됐습니다.

--- 각국 정부가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제로 쓰이는 온실가스 HFCs, 즉 수소불화탄소 사용 규제와 관련한 합의에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UN) 오존층 보호협약 회담에서 수소불화탄소 생산과 사용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1987년 몬트리올 협약 개정을 청원하는 데 동참키로 했습니다. 이로써 그간 지지부진하던 규제 협상에 힘이 붙어 오는 11월 우간다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전망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인 수소불화탄소는 수소를 포함하고 있어 오존층 파괴 주범으로 지목된 프레온 가스, 즉 염화불화탄소보다는 분해 속도가 빠릅니다. 이 때문에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으로 사용이 금지된 염화불화탄소의 대체 물질이 됐지만, 수소불화탄소의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1만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산과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