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 ⑩멸종 위기에 놓인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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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독수리의 열악해져 가는 생태 환경을 살펴봅니다.

지구상에 남은 자연생태계의 마지막 '청소부' 독수리. 사냥 기술이 없는 까닭에 동물의 사체만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독수리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독수리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만 2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 까닭입니다. 이 가운데 60%에 가까운 약 1,500마리에서 2,000마리가 몽골에 거주하다 겨울이면 비행기보다 높은 지상 4천 300미터 상공에서 기류를 타고 시속 200km로 한반도를 찾습니다. 매년 11월에서 4월 말까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비무장지대 근방, 즉 경기도 파주시, 강원도 철원 등 중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몽골로 날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의 월동 지역이 중부 지방에서 점차 남부 지방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먹이 부족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수리의 생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조만간 그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수리 전문가인 국립중앙과학관의 백운기 연구원입니다.

백운기

: 한국을 찾아오는 독수리가 어린 개체여서 한국 정부에서도 보호하기 위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만일 한국이 어린 개체를 잘 보호하지 못하면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해마다 비무장 지대 지역에, 그러니까 경기도 파주나 연천, 철원 지역에서 정부 예산으로 매년 먹이 주기를 지속했습니다. 한국에선 비무장 지대에 동물이 제일 많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이 많다 보면 죽는 동물도 나옵니다. 독수리는 죽은 동물만 먹는 특성이 있으니까, 이 지역이 유리했었죠. 그랬는데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류독감이라든지, 신종풀루, 구제역 등이 생겨서 “이런 질병이 독수리나 철새 등에 의해서 이동되고 또 옮겨진다,” “그런 징후가 있다, 의심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먹이 주는 분위기가 나빠졌습니다.

실제로 조류독감을 비롯한 동물 전염병으로 죽은 동물을 완전히 소각하거나 땅에 깊게 파묻게 되자, 예전과 달리 병으로 죽지 않은 동물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그 결과 한국 정부는 죽은 동물 대신 살아있는 동물을 사서 독수리에게 먹이로 주게 됩니다. 가격은 사람이 먹는 수준으로 절대 싸지 않습니다. 구입 예산은 그대로여서 구입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동물 전염병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고기를 나눠주던 주민들도 줄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먹이가 턱없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나마 힘센 독수리들은 중부 지방에 자리를 잡고 나머지가 먹이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백 연구원은 독수리들이 서열에 따라 먹이를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다섯 살 이상 된 독수리들은 힘들게 먹이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냥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에서 겨울을 납니다. 하지만 한 살에서 네 살의 어린 독수리들은 겨울이면 한반도로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올해에는 무려 500여 마리가 중부 지방에서 밀려 남부 지방으로 퍼져갔습니다.

백운기

: 남쪽으로 가면서 소나 닭이나 돼지를 키우는 대규모 농가지역 주변에 퇴적물, 배설물들을 모아놓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조그마한 집단들이 형성되면서 지역 비영리 단체나 지역의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면서 그쪽으로 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남부 지방은 독수리가 살아가기엔 어려운 환경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비무장지대에 비하면 사람들과 자동차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이륙을 위해 도움닫기를 하던 독수리 한 마리가 고성 지역에서 국도를 달리는 차에 치여 목이 부러져 죽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조류학 박사인 백 연구원은 한반도에 몰려드는 독수리의 분산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만일 전염병이 돌게 되면 수백 마리가 일시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세계 최대 월동지인 한국은 올해 6월에 과거 월동지인 러시아, 중국, 인도와 독수리의 주요 서식지인 몽골과 함께 독수리의 월동지역을 분산하는 일을 협력해보자는 모임을 가질 계획입니다.

독수리의 생태 환경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는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뉴스 전해드립니다.

---인구가 2천200만 명 수준인 호주가 세계 9위의 환경오염 배출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됐습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를 비롯한 3개 대학이 전 세계 200여 개국을 대상으로 삼림 훼손을 비롯해, 멸종동물 현황, 온실가스 배출량, 수산업, 비료사용량 등을 토대로 산출한 국가별 환경오염 배출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호주가 세계 9위의 환경오염 배출국가에 올랐습니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세계 최저수준인 호주가 환경오염 배출 주요 국가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환경오염 배출 1위 국가는 브라질로 나타났고, 이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인도, 러시아 순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선진국일수록 환경오염 배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오염물질 배출은 개발도상국보다 심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은 지난해 나이지리아의 삼각지 유역에서 1만 4천 톤 가까운 원유가 누출돼 오염을 발생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셸은 삼각지 유역의 샛강과 늪지대로 흘러나간 원유 누출 사고의 대부분은 기름을 훔쳐가려는 도적들과 반군의 절도,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셸이 나이지리아에서 운영하는 유전에서 발생한 지난해 원유 누출 규모는 2008년에 비해 2배, 2007년에 비해 4배로 나이지리아 유전 운영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셸은 나이지리아에서 2006년부터 송유관을 노린 반군들의 공격을 받아왔으며 유전 근로자들이 납치되고 정부군과 반군들의 교전이 계속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 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