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의 이상 징후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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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화산 폭발음)
일본의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화산이 지난해 봄에 폭발한 소리입니다. 당시 폭발로 인해 바위와 화산재가 날아갔지만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는 지난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적어도 13개 활화산 주변에서 지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일본의 일간지 아사히신문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에서 최근 들어 이상 징후가 계속 발생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발견된 징후는 후지산 기슭의 호숫물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지산 내부의 5개 호수 중 하나인 가와구치호의 3월 평균 수위는 1999년 이후 평균치보다 약 1m 내려갔습니다. 기준 수위보다 3미터나 낮은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가와구치호 호반에서 170m 떨어진 섬에 있는 정자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인들은 인터넷상에서 "후지산 지하의 마그마 활동으로 호수 바닥에 균열이 생겨서 물이 새어나간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후지산 지각변동이 수위를 낮췄고, 다시 화산 폭발로 이어질지 모른다며 불안해합니다. 현지 방송에 나온 주민의 말입니다.
(주민) 물이 줄어들어서 후지산 분화의 조짐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무서워요.
게다가 후지산에서 약 20㎞ 떨어진 온천 관광지 하코네는 올 들어 소형 지진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루에 150여 차례로 예년보다 10배나 늘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하코네산이 일부 팽창하는 지각변동도 관측됐습니다. 일본 지진화산연구소의 후지타 에이스케 연구원이 외국 방송에 나와 밝힌 말입니다.
(후지타 에이스케) 보통 주변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화산이 폭발합니다. 캄차카, 칠레, 수마트라도 그랬습니다.
또 다른 이상 징후는 후지산에서 9일 발견된 큰 규모의 도로 균열입니다. TV아사히 계열의 민영 방송사인 ANN은 9일 야마나시 현 당국을 인용해, 후지산 정상에서 북동쪽 5km에 위치한 표고 1천800m의 도로에서 큰 균열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균열은 약 300m에 걸쳐 발생했으며, 일부 구간의 경우 꺼진 곳과 솟아오른 곳 사이의 높이가 70cm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후지산이 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협의체를 구성한 뒤 최대 75만 명을 대상으로 피난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만에 하나 후지산이 폭발하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화산재가 0.5밀리미터만 쌓여도 농사는 끝입니다. 5밀리미터가 쌓이면 도로가 폐쇄되고, 1센티면 전기와 상하수도가 마비됩니다. 후지산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도 화산재가 쌓이면서 도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후지산은 지난 1707년 이후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왔는데요, 일본에서 10억 입방미터 이상의 화산재와 토석류가 분출한 대규모 화산 폭발은 1914년 규슈의 사쿠라지마 화산 분화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화산학자들은 일본에서 화산 활동의 휴식 기간이 너무 길다며 후지산의 화산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지산 내 호수 수위 변화와 화산 분화와의 직접 연관성은 적다고 말합니다. 현지 방송에 나온 일본 온천지학연구소의 미야오카 과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미야오카) 호수 수위만이 아니라, 지각변동 등을 후지산 주변에서 하기 때문에 그런 관측을 통해 분화 징조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 역시 후지산이 분화할 우려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2월 중순 이후 지진이 잦아들었고 다른 분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적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후지산에 극단적인 상황이 생겨도 한반도에는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화산재가 한반도에 날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겁니다. 대신,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에 대한 정황적 증거들이 제기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백두산이 후지산과 유사한 규모로 화산폭발을 한다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에 상당한 인적,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