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침엽수, 북한말로 비늘잎나무들이 집단 고사된 것을 처음 확인한 연구를 들여다봅니다.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 잘 불리는 '산에 나무가 없으면'이라는 제목의 동요, 들으셨는데요, 한반도에서 나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남한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전 국토의 반 이상이 민둥산이었다가, 산림녹화사업으로 푸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침엽수들이 기후변화로 집단 고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설악산 분비나무, 울진·삼척산림보호구역의 소나무, 지리산 구상나무 등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들에서 한국 대표 종들이 동시에 시들어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겁니다.
한국의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작년 4월부터 1년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의 산림생태계 핵심지역을 조사한 결과, 침엽수들의 뚜렷한 쇠퇴 현상이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녹색연합의 서재철 전문위원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서재철) 대략 10년 전부터 이런 경향을 일부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5-6년부터 제주도 한라산에 구상나무가 집단적으로 고사, 즉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에서, 또 관련 공공기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육지, 내륙에서 이렇게 집단고사가 나타난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리산에서는 노고단부터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 전반에 걸쳐 구상나무 고사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나무로 '국제자연보전연맹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설악산에서는 2013년 귀떼기청봉 주변 분비나무 수천그루의 고사가 나타난 후, 지난해 주봉인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에서도 집단고사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소청봉 주변의 분비나무는 전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고사한 상태입니다. 설악산은 한국에서 분비나무 군락이 가장 잘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울진, 삼척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 금강소나무 숲에서도 고사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울진 소광리에서 2013년 처음 고사한 금강소나무가 발견됐고, 2014년에는 삼척 풍곡리 일대에서도 고사현상이 보였습니다.
녹색연합은 이 같은 고사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습니다. 서재철 전문위원의 말입니다.
(서재철) 고사의 가장 큰 원인은 겨울철의 건조, 즉 겨울철에 고산지에 과거에 눈이 내려서, 쌓여있는 눈이 수분의 역할을 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겨울철 적설량이 급격히 줄면서 식물에 공급되는 수분이 줄어들고, 그 결과 나무가 수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고사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분 스트레스'란 식물체가 광합성을 영위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식물조직의 수분 손실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녹색연합은 특히 2~4월 사이의 남측의 가뭄으로 인한 수분 스트레스가 고사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던 북한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침엽수 고사가 시작됐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서재철 전문위원은 그럴 확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습니다.
(서재철) 저희가 북한 사례에 대해서는 조사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이례적으로 남한에 산림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금강산 소나무나 기타 침엽수에 대한 여타 상황에 대해 자문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백두대간, 즉 설악산부터 금강산을 넘어서 백두산 지역까지 보면 이런 경향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지난해 7월 북한의 갑작스런 요청에 금강산을 방문했습니다. "금강산 소나무가 말라죽고 있으니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입니다. 구룡연과 만물상, 내금강 지역 등을 조사한 결과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북한 측 관측 자료에 따르면, 작년 1~6월 이 지역 강수량은 예년의 34% 가량에 그쳤습니다. 반면 기온은 섭씨 1.2~1.8도가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원인 규명에 나섰고, 높은 온도와 가뭄으로 해충인 '젓나무잎 응애'의 발생 밀도가 급상승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솔잎혹파리' 피해도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전나무잎 응애는 잎의 기부에 거미줄 모양의 실을 만들고 잎이나 새 가지의 영양분을 흡수해 잎이 노랗게 변색하며 갈색으로 퇴색하고 나무의 생장이 억제되는 결과를 낳는 해충입니다. 피해가 심해지면 잎이 마르고 조기낙엽 현상이 나타나며 침엽수는 가지가 죽고 방치할 경우에는 고사에 이릅니다.
솔잎혹파리는 소나무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해충입니다. 성충이 새로 나온 솔잎 사이에 7~8개의 알을 덩어리로 낳으면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솔잎 기부에 파고 들어가 엽조직을 갉으면서 수액을 빨아먹고 자랍니다. 이 해충의 피해가 2~3년 계속되면 광합성작용의 저해로 수세가 약화되고 2차성 해충의 공격을 받아 고사하고 맙니다.
이와 관련해, 임종환 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은 한국의 조선일보에 "북한에서 수분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병충해가 발생했다"면서 "소나무뿐만 아니라 전나무, 굴참나무 등이 쇠약해지거나 고사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남북한 침엽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직면한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녹색연합은 한반도 침엽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서재철 전문위원의 말입니다.
(서재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다양한 교류가 있겠지만, 기후변화가 한반도, 특히 남한에서는 침엽수의 쇠퇴 정도로 확인되고 있는데, 북한 지역에도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공동조사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남북한 산림협력은 지지부진합니다. 오랫동안 북한 산림에 대한 연구를 주도해 왔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해온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김성일 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김성일)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로 남북협력이 중단됐습니다. 원래 이번 5월에 솔잎혹파리 피해지에 남측이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질적인 방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금강산, 즉 내금강, 외금강입니다. 외금강 쪽은 남측의 협조로 방제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초기에 문제를 잡았던 상황이 있는데, 내금강 쪽은 과거에 손을 제대로 댄 적이 없거든요. 솔잎혹파리라든지 아니면 전나무 응애 등이 다소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남쪽이 그 부분을 도와주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거죠.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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