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경문제 해결, 한국 벤치마킹해야

<베이징, 스모겟돈>의 저자 서울대학교 김성일 교수가 자료 수집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찍은 사진.
<베이징, 스모겟돈>의 저자 서울대학교 김성일 교수가 자료 수집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찍은 사진. (사진-김성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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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나온 환경 관련 서적 <베이징, 스모겟돈>을 지난 첫 편에 이어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리커창) 오염 방지, 환경 보호는 국민대중의 건강, 지속가능한 발전과 직결되므로 반드시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열린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각종 스모그 퇴치 방안을 내놓는 부분입니다. 스모그란 연기란 뜻의 영어 단어 '스모크'와 안개란 뜻의 '포그'가 합쳐진 말로 대기오염물질이 안개와 섞인 것을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 리커창 총리는 노후차량 380만 대 폐차, 무연휘발유 전면보급, 유해 물질 배출량 감소 등의 조치를 내놨습니다. 중국발 스모그에 심한 고통을 겪는 한국, 북한, 일본으로선 듣기에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참조)

하지만, 이미 2년 전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의 대기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스모그에 일격을 가하겠다고 선언한 3월 초, 베이징의 공기질지수는 300을 넘겨, '위험 수준' 상태였습니다. 2030년까지 베이징 스모그 퇴치를 위해서는 모든 공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푸잉 대변인의 말입니다.

(푸잉) 현재 최대 임무는 개정된 환경관련법과 대기오염방지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베이징, 스모겟돈>을 최근 펴낸 김성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성공의 열쇠가 '거버넌스'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거버넌스는 정치권과 함께 민간부문과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와 연대, 소통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함께 공공문제를 해결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가는 협력적 통치양식 혹은 대안적인 정책결정 구조를 말합니다.

(김성일) 시진풍 중국 주석이 최근 들어 특히 많이 강조합니다. '철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라는 이야기를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아무리 규제정책을 강화해도 환경문제는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과 직결돼있거든요. 예를 들면, 공해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회사의 목줄을 규제로 꽉 죄면, 지방정부에서는 세수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지역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이 공범이 돼서 규제를 피하게 됩니다. 그것을 보고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결국은 이게 책임감 없는 일당 독재체제 등이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이 문제의 본질을 덮는다고 보는 겁니다. 겉으로는 규제 정책을 자꾸 내놓으면서, 정부는 잘하고 있다, 라고 하지만 지방에서는 쫒아올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김성일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녹색GDP를 꼽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수행을 평가하기 위한 환경기준을 만들기 위해 녹색GDP를 마련했는데, 이는 오염에 따른 환경비용을 반영해서 GDP, 즉 국민총생산을 산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과 국가통계국은 지난 2004년 공동으로 녹색GDP 연구에 들어갔고, 2005년에는 베이징, 톈진 등 10개 성 급 지역에 대한 시범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6년 중국 최초로 GDP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삭감한 '녹색GDP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개발 정책을 추진하며 성장률 경쟁을 벌이던 지방정부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녹색GDP가 무기한 방치 상태에 놓이게 됐습니다. 녹색GDP팀장인 왕 지난 씨는 뒤늦게 지역정부가 이 사업을 사장시켰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성의 경우 이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성일 교수의 말입니다.

(김성일) 지방 정치인이 환경훼손을 방관하거나, 아니면 조장하면서 지역경제를 무리하게 발전시키잖아요? 이런 사람은 중앙무대로 진출하고 환경을 지키는 사람은 진출은 커녕 도태되게 되는데요, 이는 또 다른 정치적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환경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하는 나라가 이웃인 한국이라고 김성일 교수는 말합니다. 벤치마킹은 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타사에서 배워오는 혁신 기법입니다.

(김성일) 제가 최근에 중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한국이 중국에게 우위인 산업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중국에게 이미 추월당했거나, 또는 경쟁력이 매우 근접해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국토녹화와 환경의 질이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이 중국에 자신 있게 전수해 줄 수 있는 분야인 셈이죠.

김성일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심각해진 서울의 대기오염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즈음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피해와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와 폭설이 계속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선택한 탈출구는 생태서울복원이었습니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한 관련 기구가 2003년 탄생됐고, 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시민공원인 '서울숲'의 조성이었습니다.

(김성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정말 어렵게 공단이 들어섰던 '서울숲'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 청계천도 복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환경을 복구시켰을 때,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결국은 시장에서 대통령으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김성일 교수가 꼽는 또 다른 좋은 거버넌스의 한국 사례는 울산 시입니다. 울산 시는 부산과 대구 다음가는 영남 제3의 도시로,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 이노베이션, 삼성SDI, 효성,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한국 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공장이 위치한 대표적 중화학 공업 도시입니다.

(김성일) 두 번째 사례를 보게 되면, 울산시의 전 시장인데, 지금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됐습니다. 박맹우 씨인데요, 울산이 폐수로 20년이 넘게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태화강을 정화시켜서 이제는 연어가 돌아오고, 심지어 수영대회도 개최하는 곳이 됐습니다. 이런 사례 때문에 모든 시민과 합체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시민들에게 자치적인 권한을 부여했기에 환경이 지켜지는 겁니다. 이게 규제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절대 아닙니다.

이런 사례들이 말해주는 결론은 하나라고 김성일 교수는 <베이징, 스모겟돈>에서 강조합니다. 즉, 환경문제만큼은 지금 중국의 폐쇄적이고 하향명령식의 사회구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현재 중국의 발목을 잡는 환경문제는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나아온 중국에게 한발 더 국민에게 다가가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형 동반자 관계를 통해 새로운 중국으로 나아가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김성일 교수는 말합니다.

(김성일) 중국 측에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책이 규제나 현란한 기술적 혁신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우리 한국에 와서 보고 배우라, 이런 이야깁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