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상괭이’ 태안서 무더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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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태안 앞바다에 출현한 상괭이떼 소식을 들여다봅니다.

(돌고래 울음소리)

방금 들으신 것은 돌고래의 울음소리입니다. 이런 돌고래 종류의 하나인 상괭이 100마리 이상이 한국 바다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큰 화제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역에서 생태조사를 하던 중 100마리가 넘는 상괭이를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상괭이는 조선 시대 생물학자인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도 등장하는데요, 안병옥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안병옥) 상괭이는 돌고래의 일종입니다. 크기가 1미터 90센티 정도 됩니다. 사람크기와 비슷한 셈입니다. 한국에서 발견되는 돌고래 가운데는 가장 작은 종입니다. 상괭이는 보통 한 마리가 홀로 다니거나 2-3마리가 함께 다니는 게 보통입니다.

이들 상괭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9년부터 '허베이-스피리트 호 유류유출 사고에 따른 생태계 영향 장기 관찰'을 하던 중 발견됐습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란 2007년 12월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약 12,500킬로리터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한 사고를 말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15마리 이상의 무리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총 발견 개체 수는 100마리를 넘었습니다.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8년 이후 이 지역 일대에서 생태계 정밀조사를 하면서 1년간 최대 96마리의 상괭이를 발견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차례 조사에서 100마리 이상을 찾아낸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런 상괭이 출몰이 태안 바다 생태계의 회복을 상징하는 거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서울대학교 해양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에센-뒤스부르크대학 응용생태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환경전문가인 안병옥 소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안병옥)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지난 2007년에 허베이-스피리트 호 기름 유출사건이 있었을 때, 상괭이 7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나중에 분석을 해보니, 상괭이가 원유를 먹어서 결국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당시에 (태안 앞바다는) 상괭이는 물론이고 해양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기억하듯이 백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서 해안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줄곧 그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최근에 태안 앞바다의 수질이나 퇴적토의 오염물질 농도를 조사한 결과물을 보면, 기름유출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상괭이 발견은 태안 앞바다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 즉 CITES의 보호 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한국은 CITES에 1993년에 가입했고, 북한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안병옥) 이 협약에 따르면, 상괭이는 보호 종으로 등재돼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종이란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매년 2,000-3,000마리 정도가 여러 이유로 희생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어업이라던가 혼획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괭이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한반도 주변 해역만이 아니고 국제적으로도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보호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보통 해안선에서 5~15㎞ 이내 떨어진, 수심이 얕은 곳에 서식합니다. 서쪽으로는 페르시아 만에서, 동쪽으로는 인도, 중국, 한반도 연안을 따라 일본 북부까지 발견됩니다. 전문가들은 서해와 남해를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로 봅니다. 구체적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05년 서해에 사는 상괭이 수를 3만6000마리로 추정했습니다.

상괭이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혼획, 즉 그물에 걸리는 것입니다. 고래류 가운데 상괭이의 혼획량이 가장 많습니다. 2013년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에서 펴낸 연례회의 보고서를 보면, 외국 과학자들은 한국 바다에 사는 상괭이의 혼획량이 많은 것을 염려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무분별한 고래 남획을 규제하기 위해 1946년 만들어진 국제기구인데요, 현존하는 고래를 보호해 멸종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설립된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고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1986년부터 전면적으로 고래잡이를 금지시켰습니다.

한국과 동해를 공유하는 일본은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포경을 금지한 1986년 이후 20년간 전 세계 바다에서 고래 1만3000마리를 잡았습니다. 지난해에도 333마리를 잡았고 앞으로 12년 동안 4000마리를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안병옥) 우리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포경 때문에 비난받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일본의 그런 행태에 대해 비난하려면 우리 스스로 상괭이를 잘 보호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지금 한국 시장에서 상괭이가 팔리고 있다가 단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상괭이 보호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상괭이의 서식환경을 보호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병관 유류오염센터장이 최근 한국의 연합뉴스 TV에 밝힌 말입니다.

(이병관) 상괭이의 기초생태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서 서식환경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이야기 자료를 개발해 상괭이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아예 고래잡이 행태에 대해 '범죄행위'라고 규정합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국제사회의 강력한 항의와 규탄을 외면하고 저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본의 무지막지한 고래사냥행위는 지구상의 귀중한 고래자원을 고갈시키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의 해양협력은 절실하다고 안병옥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특히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시급한 사안입니다.

(안병옥) 남북한이 공동으로 해양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해양보호구역을 설치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호구역 하면 보통 육상을 대상으로만 해왔는데, 이제는 바다생태계도 보호할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어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가 고래를 보호할 여지가 더 넓어지는 겁니다. 또 남북이 협력해서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협력을 강화하게 되면 아무래도 주변국인 일본의 경우 한반도 인접수역에서 마음대로 고래잡이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하기가 어려워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