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최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천하구를 들여다봅니다.
(습지의 철새 소리)
갈대밭과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 습지 인근 동천하구가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습니다. 람사르 습지는 람사르협회가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정해, 등록하고 보호하는 습지를 말합니다. 람사르협약은 습지와 물새서식지 보호에 관한 대표적인 국제환경협약으로,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 기능과 생물자원의 생산, 정화기능을 갖춘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순천 시는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제52차 상임위원회에서 동천하구 약 5,400㎢를 람사르 습지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동천하구가 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는지 안병옥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안 소장은 유엔환경계획 UNEP 산하 생태평화지도자센터 (EPLC)의 평화협력분과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 환경동향의 흐름을 비교적 잘 읽는 환경 전문가입니다.
(안병옥) 동천하구에는 조류들, 즉 새 종류들이 237종이 지금 서식하고 있습니다. 조류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까지 포함하면 847종 정도가 기록돼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랑부리, 백로, 저어새, 흑두루미처럼 쉽게 볼 수 없고 멸종위기 상태에 놓인 야생동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받아들여서 람사르 습지로 인정했습니다.
동천하구는 한국 내 22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습니다. 한국의 1호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는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입니다. 이곳에는 한국이 1997년 람사르 협회에 가입한 해에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된 큰 용늪과 작은 용늪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병옥)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이 이번에 동천하구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람사르 습지 총 면적이 19180 헥타르 정도 됩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면적으로 보면 만분의 일 정도지만 몇 개정도인지, 즉 개소수로 보면 백분의 일정도 됩니다. 한국이 국토가 좁지만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확인하게 된 계기입니다.
하지만, 과거 한국 정부가 특정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려할 때마다, 대상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이것이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닌가 해서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규제는커녕 새로운 혜택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안병옥) 생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야, 이제는 개발을 할 수가 없고 규제만 있는 게 아니냐'라고 걱정하기 쉽습니다. 이는 기우입니다. 오히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관광객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민 소득이 증가하는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그래서 개발보다는 보전을 하고, 그 보전을 통해서 생태관광을 함으로써 주민들의 경제적인 소득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인제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순천만 등 람사르 습지를 보유한 지역들은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관광수입도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운곡습지의 경우, 주변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이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2014년 운곡습지와 고인돌 일대를 묶어 생태관광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영산도와 제주 선휼1리, 인제 생태마을과 함께 운곡습지에 인접한 용계마을이 생태관광 성공모델 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용계마을은 주민들이 중심이 돼 운곡습지 탐방열차 타기, 누에 먹이주기, 오디 따기 등 체험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운곡습지와 용계마을에는 관광객 수가 2014년 1만400명, 지난해 1만560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용계마을도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 주민의 소득은 같은 기간 890만원, 미화 7,600달러에서 2,500만원, 미화 21,400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북한에도 가치 있는 습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자연 호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동해안에는 강의 퇴적작용과 바다의 작용으로 강의 어구와 만의 어구가 막혀서 생긴 석호가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북한에는 '남한과는 달리 자연 호수가 많다', '200개 이상 존재한다' 등의 기록이 있습니다. 동해안에는 석호가 있고, 서해안에는 남쪽처럼 갯벌이 잘 발달돼있기 때문에 자연습지가 상당히 보존돼있다고 추정됩니다.
북한에서 규모가 큰 자연호수로는 천지, 서번포, 만포, 장연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안 소장은 특히 북한에서 습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안병옥) 습지는 물을 머금고 있는 땅입니다. 즉 일 년에 일정기간 이상 동안 물에 잠겨있거나 젖어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습지는 우선 수질 정화기능이 있습니다. 인이나 질소 등의 오염물질이 들어오게 되면 습지 내에서 그것을 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기후조절 기능이라고 하는데,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홍수 위험을 줄이는 기능도 아주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습지가 물을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에 홍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아닌 게 아니라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습지자원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벌리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김성남 조선자연보호연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2월 "북한은 강하천과 호수가 많고 세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습지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에 말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평안남도 문덕군과 함경남도 금야군 등 많은 지역의 수십 개 습지들을 보호구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보호관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에도 람사르 습지가 당연히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안 소장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안병옥) 북한은 아쉽게도 아직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다만 람사르 협약 총회가 열리게 되면 옵서버, 즉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하고는 있습니다. 앞으로 람사르 협약에 북한도 가입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정부는 지난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람사르 협약 상임위원회 회의에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 대표단은 회의 현장에서 북한 대표단과 만나 비무장지대 공원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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