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 과수 작물의 재배지 변동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인은 보통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등의 과일을 즐겨 먹는데요, 이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사과가 100년쯤 뒤면 한반도에서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죠?
장명화: 네. 한국의 중앙행정기관인 농촌진흥청이 2010년대부터 20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6대 과수 작물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2100년쯤이면 사과 농장 대부분은 사라지고, 강원도 산간 일부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와 복숭아, 포도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40~2050년까지는 재배 면적이 늘다가 이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반면, 비교적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단감과 감귤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먹는 사과가 한반도에서 사라질 운명이 됐습니까?
장명화: 한마디로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으로, 대표적인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인데요, 실제로 지난 100년간 세계의 평균 기온은 섭씨 0.7도 오른 데 비해 한국은 섭씨 1.5도로 크게 올랐습니다. IPCC,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이런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100년에는 세계 평균 섭씨 4.7도, 한국은 섭씨 5.7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육 기온이 섭씨 10~20도로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는 온난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퇴출당할 운명에 빠진 셈입니다.
양윤정: 사과와 배, 복숭아 등이 밀려난 땅에는 대신 무엇이 자라고 있습니까?
장명화: 다름 아닌 아열대 작물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산'으로만 여겨졌던 아열대 작물이 한국에 빠르게 상륙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생산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대 과일의 한국 내 생산량은 1천174톤으로, 1년 전보다 53% 가량 증가했습니다. 한국에서 열대작물 농장을 운영하는 황순곤 씨가 한국의 MBC 방송에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황순곤) 기온상승이 됨으로써 열대작물이 한국에서도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굉장히 잘 자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양윤정: 어떤 종류의 아열대 작물이 생산되고 있습니까?
장명화: 품목별로는 '패션프루트'가 409톤가량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원래 패션프루트는 브라질 남부 지역이 원산지로,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로 불립니다. 주로 호텔에서 고급 과일 후식으로 나오곤 하는 이 과일이 이젠 '한국산'이란 원산지 꼬리표를 달고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아열대 과일은 망고와 파인애플, 용과, 파파야 등입니다. 재배 면적은 107㏊ 정도로, 전년보다 80% 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황색으로 익으면 과일로, 녹색 열매는 채소로 먹는 파파야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의 성기철 연구관은 한국의 채널A방송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기철) 가온을 하지 않고도 청과용으로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량생산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양윤정: 아열대 작물 재배가 이처럼 늘면서 사과를 비롯한 토종 과일 재배지는 기온 때문에 북상하겠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의 유명한 감귤인 한라봉은 이미 전라남도 고흥과 전라남도 나주 등으로 재배지가 북상했습니다. 남쪽의 '대구 사과'는 훨씬 북쪽인 강원도 영월 사과와 평창 사과 등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경북세계농업포럼의 손재근 이사장의 말입니다.
(손재근) 온도가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품질이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배적지를 찾아 북상, 북상한다는 것입니다.
복숭아의 경우, 동해(凍害), 즉 농작물이 추위로 입는 피해 가능성이 줄면서 경상북도에서 경기·강원까지 한계 재배지가 올라갔습니다. 이 때문에 '사과는 대구', '감귤은 제주' 같은 말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양윤정: 전통적인 과수품목의 재배지가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앞으로는 이 과일들을 수입해서 먹어야 할 수도 있겠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사과나 포도를 수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역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는 있습니다. 북한의 기상수문국에 따르면 지난 100년 간 북한의 연 평균기온은 섭씨 1.9도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중강진의 기온이 3도, 평양은 1.6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지방의 기후나 풍토조건은 사과나무를 재배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뭡니까?
장명화: 전체 과일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사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사과를 많이 생산하는 지방은 평양을 비롯해 '100리 과수농장'인 황해남도 과일군, 은률군, 함경남도 북청군, 덕성군, 황해북도 황주군, 사리원시, 평안남도 숙천군, 평원군, 강원도 고산군, 안변군 등지입니다.
양윤정: 북한은 사과뿐만 아니라 포도 재배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2000년 포도재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농업대표단을 미국에 보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북한 과일연구소 리태남 연구원을 단장으로한 대표단 5명은 뉴욕 방문기간 중 북부뉴욕지역 프레도니아에 있는 코넬대학 포도원 연구소, 롱아일랜드 리버데일에 있는 포도 개발 사무소, 뉴욕 주 농업실험실 등을 견학하고 미국 측과 북한 포도재배 방법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앞으로 과일 분야에서 남북협력이 활성화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명화: 맞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이 협력해 생산된 과일이나 채소를 북한 주민이 소비하고 일부는 중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며 "한국과 중국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동북 3성이 새로운 시장으로 열린 만큼 남북한이 지혜를 모으면 중국의 고급 소비자를 겨냥한 신선한 과일·채소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당분간 어려운 상태입니다.
양윤정: 몇 년 전에 시작한 경남도의 남북교류 협력사업인 '통일딸기'는 어떻게 됐습니까?
장명화: 남북경색 국면에도 통일딸기 생산사업을 추진했던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올해 평양 천동국영농장에 온실 지원사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 단체는 비닐온실 18채를 짓고 온실 관리와 작물재배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사 전망은 어둡습니다. 이에 앞서,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지난 2014년 6월에 딸기 조직배양 묘 5천 개와 모판흙, 농약 등 모종생산 자재를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배양 묘는 평양시 순안구역 내 천동국영농장으로 옮겨져 모종으로 키워졌습니다. 다 자란 모종은 다시 남쪽으로 보내져 경남 밀양에서 키워 딸기를 수확해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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